조선시대 일명 회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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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회화사 연구를 보완해 나가는데 좋은 계기가 될 조선시대의 일명회화전이 동산방에서 열리고 있다(26일까지).
박주환씨(동산방 대표)가 십수 년에 걸쳐 모은 것들 중에서 소품위주로 15∼18세기로 추정되는 1백23점을 선정, 전시하고 있다.
일명회화란 작자의 이름은 분명하나 이제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의 작품, 작품에 낙관이 없거나 믿을 수 없는 후 낙관이 있는 작품, 각 장에 낙관이 없는 병풍 채나 화첩을 파점해 분리시켜버려 각개작품이 연유를 잃어버린 것, 작품보완 상태가 나빠 낙관부분이 탈락돼버린 것 등을 일컫는다.
이러한 일명회화가 민화와 다른 점은 정통회화양식을 따르고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다같이 낙관은 없지만 민화는 정통에서 벗어나「아마추어리즘」을 표현한 반면, 일명회화는 「전문성」을 내포하고 있어 유명작가 또는 그 화풍에 근접하는 인상을 준다.
전시작품 중에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단연 산수화. 80여 점이 선을 보인다.
다음이 화조·동물화로 30여 점. 그밖에 조선시대 회화에서 드물게 보이는 풍속도(7점) 를 비롯, 초상화도 다수 나와 있다.
구도와「테크닉」이 세련된 맛은 없으나 여름철 천렵을 나온 일행의 한 때를 묘사한『계류소서』, 마굿간·주막·담뱃가게·술통을 이고 가는 여인 등 역원주위의 단면을 아기자기하게 엮은『역원점경』등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들이다.
일반적인 전통화와는 달리 독특한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여럿 눈에 띈다.
동일작가의 것으로 보이는『사인암』『중선암』두 작품은 이색적인 구도를 굵은「터치」로 잘 뒷받침하고 있어 단연 압권으로 꼽힌다. 중앙의 노송이 세찬 바람에 휩쓸리고 있는 『풍악』역시 한가운데「액선트」를 주어 강한 인상을 풍기는 작품중의 하나.
이밖에 흔히 볼 수 없는 소형 무관초상화 『오백 이주국 초상』(32×39㎝)도 1점선을 보이고 있어 이채롭다고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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