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만 하나요? 캔버스 삼아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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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스마트폰 화면을 캔버스 삼고, 내장된 펜을 붓 삼아 그림 그리는 이가 있다. 바로 안승준(59·사진) 한양대 자연과학부 특임교수다.

 그가 스마트폰을 켜더니 곧바로 그림 그리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펜으로 몇 번 슥슥 그리더니 근사한 그림이 완성됐다. 그는 이 작업을 단순히 취미에 그치지 않고 ‘디지펀(DigiFun)아트’라 이름 붙였다. 지난 19일부터 30일까지 서울도서관에서 열리는 ‘제1회 디지펀아트 페스티벌’도 그가 기획한 것이다. 디지펀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재미있게 창작하는 예술이란 뜻이다.

 처음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위에 펜으로 그림을 덧그리는 식으로 시작했다. 그가 카카오스토리와 인스타그램에 저장된 작품들을 보여줬다. 모두 은퇴 이후 그린 것들이다. 2012년 병상에 있을 때 후배로부터 선물 받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재미를 붙였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야경 사진 속 전깃줄 위에다 음표 몇 개를 그린 게 그의 첫 작품이다. 지금은 여러 종류의 그림 그리기 앱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한다. 지난해 1월에는 첫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어린 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은퇴 이후에야 이룬 셈이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인재개발연구소장(전무)까지 지내는 등 샐러리맨으로 30년 이상을 살았다.

 페스티벌에는 작품 400여 점이 전시됐다. 직업 예술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그린 작품들이다. 하지만 컴퓨터나 붓으로 직접 그린 작품들 못지 않다. 안 교수는 스마트폰을 게임이나 채팅용 등 한정적으로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이 아쉽다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창의성도 키울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과 작품을 공유하면서 소통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안 교수는 서울도서관 명예관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우리 IT 기술은 세계 최강이다. ‘서울’ 하면 IT뿐만 아니라 디지펀의 중심지로 떠올릴 수 있게 이번 페스티벌을 키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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