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 적자인가…흑자인가|회계방식에 따라 1,000억이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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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작년에 유공이 흑자를 냈느냐, 적자를 냈느냐를 놓고 시비가 열고 있다. 회계처리방법에따라 이렇게 계산하면 6백억원의 흑자요, 저렇게 계산하면 거꾸로 4백억원의 적자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회계상의 차이라지만 한두푼도 아닌 1천억원이라는 거금이 어째서 이렇게 왔다갔다하는지 얼른 납득이 안가는 일이다. 문제는 그동안 유공을 경영해오던 「걸프」가 지난해 유공을 선경에 팔고 가면서 지금까지 해오던 재고평가방법을 갑자기 바꾼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말해서 종전방식대로했다면 4백억원의 적자가났을 기업인데 재고평가방법을 바꾸는 바람에 6백억원의 흑자기업이 됐다는말이다.
어째서 그럴수 있는가. 「걸프」는 72년이후 유공을 경영해오면서 후입선출법이라는 방법으로 재고를 평가해왔다. 후입선출법이란 말 그대로 맨나중에 사들인 원료부터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원유값이 계속 오르기만 해왔으니까 가장비싸게 사들인 원유부터 기준을 삼아 계산을 하게되고 따라서 원가가 비싸게 치이는 것이다.
가령 한달전에 산 원유는 10「달러」였는데 한달후 20「달러」로 올랐을경우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원유값을 나중에 사온 20「달러」짜리를 기준으로한다는뜻이니까 자연 이익이 실제보다 적게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따지면 유공이 작년에 4백억원의 적자를봤다는 것이다.
한데 「걸프」가 지난해 갑자기 이같은 재고평가방법을 선입선출법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즉 종전과는 반대로 먼저 들여온 원유값을 기준으로삼아 기름을 만들어 판것으로 회계처리를했다.
더우기 그동안 줄곧 후입선출법으로 해왔기 때문에 72년초 「배럴」당 2「달러」에 들여왔었던 원유가 재고속에 그대로 남아 있게되는 셈이므로 지난해 유공이 만들어 판 기름의 원료값은 엄청나게 싸게 계산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계산해서 6백억원의 흑자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 유공은 왜 그동안 후입선출법으로 해오다가 막판에 갑자기 선입선출법으로 재고평가방법을바꾸었을까.
일반적으로 후입선출법은 원료값이 자주 오르는 기업들이 택하는 재고평가방법이며 또 원가상승을 핑계로 가격인상도 수월하다는점, 장부상의 이익이 적게 나타나므로 세금도 적게 문다는 잇점등이있다. (극동석유만 제외하고 모든 정유회사가 후입선출법을 채택하고있다.)
결국 「걸프」는 이렇게 배불리 챙기고 떠났지만 이때문에 입장이 딱해진 것은 유공을 인수한 선경측이다.
선경은 실제로는 적자기업인데 「걸프」가 회계처리를 바꾸는 바람에 생겨난 가공(?)의 이익때문에 부당한 배당압력까지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재고평가방식을 다시 종전대로 바꾸겠으며 실제로는 적자이므로 지난 해의이익도 모두 사내유보시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설왕설래가 급기야는 유공의 지주회사인 대한석유지주의 무배당설로까지 번져나갔고 증시의 주가는 연일 내리막길을 걷게하고 있다.
불과 한달전에 증권거래소를 통해 2백16억원(작년상반기실적)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까지 했으면서도 지금와서 결손을 이유로 배당을 못하겠다는 것은 어부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문제의 초점인 「걸프」의 재고평가방법의 임의변경은 회계원칙상 계속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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