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술계에 또 가자 그림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벨기에」에서 대대적인 가짜그림 사건이 밝혀져 그렇잖아도 가짜가 많기로 유명한 「유럽」미술계가 또 한차례 화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샤갈」「미로」등 대가의 작품을 대량으로 위조한데다가「벨기에」는 물론 화란·서독, 심지어「프랑스」에까지 판매,「유럽」미술계의 최대「스캔들」로 부각되고 있다.
「유럽」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번의 가짜 그림 사건은 어느 미술전문가의 추적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됐다.
평소부터 가짜 그림의 판매현장을 찾아 다녔던「겐터」현대 미술관장「잔·호에트」가 최근 우연하게도 어느 한적한 시골의「갤러리」를 찾았다가 무더기 가짜를 발견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샤갈」과「미로」등 현대미술의 대가에서부터「아펠」과「하루퉁」등 중견화가에 이르기까지 벽에 걸린 가짜가 자그마치 92점. 『진짜 그림이 오히려 적더라』는 수사전의 말처럼 철두철미 가짜「갤러리」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가짜의 원산지 (?)를 추적해 본 결과 가짜의 규모는 더욱 엄청난 것으로 밝혀지기에 이르렀다.「루이기·폐르턴」이라는 이대태「아마」화가의「브뤼셀」「아틀리에」는 문자 그대로 가짜의 산실-.가짜 그림은 물론 화가의「사인」과「파리」 일급「갤러리」의「사인」에 이르기까지 판매를 위한 각종 준비가 거의 완벽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수사가 그 이상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 경찰의 고민이다.
1백10여점의 가짜가 판매되었음을 확인한 후 가짜의 소장자를 추적해 본 결과 소장자 대부분이 비정상적인 자금으로 매입했기 때문에 누구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벨기에」 경찰당국의 견해로는 뇌물 등 비정상적인 자금이 오가는 한 가짜그림은 근절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다. 말하자면 자금의 출처가 불투명한 이상 아무리 가짜를 샀다해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수사의 애로라는 설명이다.
가짜 그림「스캔들」이 처음엔 떠들썩하게 화제가 된 후에는 으례 흐지부지 끝나는 것도 이같은 가짜 그림과 가짜자금의 연관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본=이근량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