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개선의지 확실히 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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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과 일본을 향해 미래지향적인 제안을 했다며 의미 있게 봤다. 주도적으로 외교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연설이란 평도 했다.

 북한에 환경·민생·문화 분야에서의 협력을 제안한 데 대해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전제로 깔면서 동시에 신뢰를 쌓는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두 가지 목적을 다 이루려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한 것”이라고 평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설에서 북한이 흡수통일로 인식하고 거부한 ‘드레스덴 선언’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민생 인프라, 민족 동질성 등을 강조한 것은 방향을 잘 잡은 것”이라며 “우선 가능한 분야부터 시작해 보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호응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러 남북교류사업 제안에서 대북 관계를 풀어 보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난다”며 “그러나 북한이 지금 원하는 것은 상호 비방 중단이나 군사훈련 중단처럼 정치·군사적인 의제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 언급이 없다면 북한이 반응하기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현재 북한이 보이는 여러 도발적 태도로 미뤄 볼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개선할 의지도 확실히 보였다고 분석했다. 김영수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부’ 정치지도자라고 표현하고, 한·일 수교 50주년을 같이 잘해 보자고 한 것은 일본이 ‘우리에게 선택할 여지를 줬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유연한 접근”이라고 평했다.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은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은 문제지만 동북아에서 가장 가까운 한·일 두 국가가 긴밀히 협력할 부분이 아주 많은 게 사실”이라며 “외교적 양면성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자력 안전협력체 제안은 절묘한 한 수”라며 “동북아 내에서 냉전적인 대립을 하기보단 지역적 협력의 이슈를 잡아서 노력하자는 메시지로, 한국이 추구하는 강한 중견국 외교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북한·일본이란 대상의 특성이 있는 만큼 급격하게 외교 방향을 트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데, 그런 점들을 고려해 전환의 기회로 삼을 만한 제안들을 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가 제 궤도에 오르려면 넘을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이제 한·일 관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일본이 위안부 피해 문제처럼 중대한 사안에 얼마나 의지를 보이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향후 시험대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한·일 정상이 만나느냐 여부” 라고 관측했다.

유지혜·허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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