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남경필 경기도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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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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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 김현승(1913~75) ‘아버지의 마음’ 중에서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선친의 마음을 짐작이나마 했다. 자식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심정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병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며칠 전 휴가 나온 둘째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걱정 붙들어 매시란다.

 돌이켜보면 나는 효자는 아니었다. 경영학 배우러 미국에 유학 갔다가 아버지 임종도 못 지켰다. 갑작스러운 부음에 황망히 귀국했을 때, 영정 속 아버지는 근엄한 얼굴로 나를 맞아주셨다. 늘 “최선을 다해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시던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

 무뚝뚝할 정도로 묵묵했던 아버지였기에, 장남인 내가 대를 이어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셨다는 어머니 말씀에 자책감과 함께 더욱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나 또한 두 아들을 키우며 아버지의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조금씩, 한 걸음씩 이 땅을 희망과 행복의 나라로 발전시켜나가는 바탕이 아버지의 속 깊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아버지의 힘이 우리 사회의 근본 힘임을 믿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