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응 받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직위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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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임금체불을 조사하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해당업체 대표로부터 술접대와 성접대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고용부가 조사에 나섰다. 이 감독관은 정부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업체 대표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고용부에 따르면 정모 감독관은 경기도 고양지청에서 근무하던 2011년 5월 또다른 정모씨가 운영하던 건설회사에 대한 임금체불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정 대표를 단란주점으로 불러내 80여 만원 상당의 술 접대 및 성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이 일은 그냥 묻혔다. 그러다 최근 서울로 자리를 옮긴 정 감독관이 정 대표에게 다시 연락해 접대를 요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정 대표가 접대 요구에 응하지 않고 한 언론사에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고용부 역시 조사에 들어갔다.

정 대표는 "조사받기 시작한 정 감독관이 여러차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고용부에 밝혔다. "왜 날 죽이려고 하느냐, 일단 죄송하다. 날 좀 살려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정 감독관은 또 정 대표에게 전화로 "사람을 보낼테니 접대가 사실이 아니라는 확인서 한 장만 써달라"고도 했다.

정 감독관은 고용부 조사에서 술자리에 함께 간 사실과 최근 전화·문자메시지로 연락한 것은 인정했으나 성 접대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정 감독관을 일단 직위해제했고, 비위가 확인되면 중징계할 방침이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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