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수요일] 부모 4인의 편지 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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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안녕, 그립고 보고 싶은 내 아들. 너무나 오랜만이지. 어느덧 널 떠나보낸 지 6년이 넘었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눈물만 많아지고 바보가 되어 가는 아빠. 세상 모든 것들이 슬픔으로 아프게만 느껴진단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지만 자꾸만 가라앉는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구나. 마지막으로 울부짖으며 안아봤던 너의 차가운 체온이 지금도 아빠의 가슴과 손끝에 남아서…. 그때 조금 더 안고 있을걸. 네 감촉이 더 절절하게 남아 있게 오랫동안 부둥켜안아 줄걸. 아쉽고 안타까울 뿐….

 오늘도 엄마는 운다. 퇴근길에 전화하는데 또 운다.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울고 있는 엄마에게 화가 나는 건 왜일까. 차라리 술 먹고 속상한 거 풀어내는 아빠보다도 엄마가 훨씬 힘들 텐데. 아빠도 집에 가면 소주 한 병으로 저녁을 대신해야겠다.

 먼 하늘 먼 바다 그 속에다 널 그려보고 지우고…. 이렇게 널 보낼 수는 없는데…. 아빠, 엄마가 살아서 무슨 영광이 있겠니. 그래도 이렇게 바보처럼 멍청하게 널 따라가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의 칼을 간다. 널 힘들고 아프게 했던 모든 것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다.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게.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라 맹세할게.

2014년 8월 11일 사랑하는 아빠가 아들에게

※이모(사망 당시 20세) 일병은 2008년 5월 14일 경기도 연천 5사단 부대 내에서 총기 자살을 했다. 부대 정보병으로 일하던 중 장교에게 “너는 인간도 아니다” 등의 말을 수시로 들으며 괴롭힘을 당한 게 원인으로 조사됐다. 유가족은 업무 중 스트레스와 가혹행위를 자살 원인으로 주장하며 국립묘지 안장을 요구하고 있다. 군이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해 경기도 고양에 있는 11보급대대 봉안소에 유골이 6년째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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