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결기」에 응급수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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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설>
「6·5」조치와 뒤이어「9·16」조치를 취할 때까지만 해도 그 정도면 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으려니 생각했었다.
그리나 기업의 가동율은 계속 떨어지고 대기업 중에 도산 위기에 몰리는 업체가 적출하는가 하면 경기예고 지표는 지난 5월 이후 계속 60년 이후 최하 수준인 0·4%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초 2∼3%까지 내다봤던 올해 경제 성장율은 상반기에 「마이너스」4·3%로 뒷걸음쳤고 하반기 들어서도「마이너스」를 계속하고 있다.
불황의 심도와 장기화, 그리고「마이너스」성장의 충격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드디어 정부는 응급수혈에 나섰다.
환자의 증세는 이미 자생력을 상실, 빈사 상태에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동안 구제금융으로 통했던 기업에 대한 긴급지원 자금을 1천억원, 그리고 구매수요를 창출하도록 수요자 금융을 약5백억원 풀기로 한 것이 단적인 응급수혈의 처방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는 지난 1월12일 대폭 인상한 이후「6·5」「9·16」에 이어 세번째 인하한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연간 40%를 훨씬 넘는데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지만 자금난과 과중한 금융 부담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기업을 회생시켜보자는 고육지책이다.
특별소비세 인하는 특히 재고 압박이 심한 자동차업계와 가전업계의 수요를 늘려 불황을 이겨내도록 6개월 시한을 경해 운용하도록 한 것.
이러한 경기회복을 위한 금융·재정지원 정책은 과거의 조치보다 강력한 것이고 직접 수요를 유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해 볼만하다.
「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간에 의견 대립과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단과 처방에 대한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 고위 정책 당국자는『기업이 모두 쓰러지고 경제기반이 무너진 다음에 총 통화증가율을 지킨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털어놨다. 우선은 경제를 살려놓는 것이 급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져 지난4일 남덕우 총리 주재의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이번 조치의 골격이 합의된 것이다.
그러나「11·8」조치는 종래의 안정위주·긴축기조로부터는 이급되는 내용들인 것만은 사실이다. 당장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 처방이 또 다른「인플레」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사태로 탈선 안되도록 최대한의 효율과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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