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보는 눈, 넓은 게 틀림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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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예선 D조 결승>
○·옌환 5단 ?●·나현 4단

제2보(11~20)=우하귀 정석 수순을 비틀어 좌하귀 11에 먼저 걸쳐간 흑의 의도를 읽는 건 어렵지 않다. 초점은 ‘어떤 반발이냐’다. 백의 반발은 아주 타이트했다. 우하귀 12 붙임수가 격렬했다. 초반에 저런 붙임수를 결단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옌환의 기질을 짐작할 수 있다.

 “옌환은 감각 밝고 안목 넓다.” 박영훈 9단이 들려준 평인데 과연 그랬다. 12~19 필연적인 진행 이후 서슴없이 단수한 20이 밝은 안목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보통은 1 한칸이 모양의 급소로 알려져 있다. 다들 이리 두곤 한다. 하지만 이 국면에선 좋지 않다. 2가 적당한 벌림인데 의외로 백은 난처한 입장에 처한다. 다음 백이 손을 빼면 흑A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 싸움이 급하다. 급한 싸움은 백에게 좋지 않다. 선착(先着)인 흑이 수순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참고도’ 2 이후 백B 두어 한 점 잡는다? 그건 발이 늦다. “발이 늦다”는 건 “요처를 차지하는데 느리다”는 뜻. 흑은 C·D·E 아무 자리나 잡아서 좋다. 백돌이 우하귀에 너무 많이 모여 뭉친 느낌이 온다. 돌은 펼쳐져야만 효율적이다.

 20 단수. 과단성 좋았다. ‘참고도’ 여지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옌환의 실력이 이 한 수로 다 드러났다고 해도 되겠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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