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이너서클서 공천 결정 … 재·보선도 진상 규명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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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호 07면

이규의(50·사진) 한신대 초빙교수 겸 공론정치연구소 소장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전신 민주당)에서 10년 남짓 당료 생활을 했다. 그가 7일 중앙SUNDAY와 만나 새정치연합 내 계파정치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무처장 출신으로 2012년까지 당 수석부대변인 등을 지낸 그는 현재는 당적이 없다.

새정치연합 전직 당료 이규의 소장이 말하는 계파정치의 현실

 -계파정치의 실태는.
 “새정치연합을 움직이는 건 계파다. 계파는 이해관계+출신성분+정치노선+인물이 결합돼 만들어진다. 계파별로 정국 해법이 다르고, 철저하게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당직을 배정하고 공천을 한다. 새누리당과 달리 정치를 죽기살기로 한다.”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가.
 “정치를 잘 못한다. 각 계파가 새 인물을 수혈하지 않고 혁신을 못 해서다. 세상은 변화하는데 상식에 맞는 정치를 못 한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때 복지와 경제민주화로 새정치연합의 안방까지 들어왔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이념 노선이 강고한 계파 때문에 중도를 포용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맹신하고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물적 토대가 약하니 패밀리를 결성해 생명력을 유지하면서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의 길이라고만 한다.”

 -폐해의 실례를 든다면.
 “7·30 재·보선에서도 드러났지만 결국 공천 문제다. 2012년 총선 때도 문제였다. 어떤 곳에선 전직 당 대표의 사무국장 등만 경선을 시켰다. 전 구청장, 전 국회의원도 경선 후보에서 빼 버린다. 사실상 전략공천이다. 그러니 지지자들이 분열하면서 지역이 파편화되는 거다. 이번에 순천-곡성에서도 나타난 문제다. 그런 공천을 하는 건 공천심사위원회나 최고위원회처럼 눈에 보이는 기구가 아니라 계파 중심들이 있는 이너서클이다. 2012년 총선 때도 각 계파 중심 인물들이 여러 지역구를 조정했다. 새정치연합이 혁신하려면 2012년 총선과 7·30 재·보선 공천을 어떻게 누가 했는지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못 한다. 만약 진상을 조사한다고 해도 계파들은 인정하지 않을 거다. 철저하게 기득권화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가 꾸려졌는데.
 “진상조사 없이 당 대표가 물러나는 건 책임을 지는 게 아니고 잘못을 덮어 버리는 거다. 카드 돌려막기처럼 결국은 돌려세우기다. 제도와 시스템이 바뀌면 뭐하나. 철학이 바뀌지 않으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왕성할 때 아무도 비판하는 발언을 못 했는데 지금은 486정치에 대해 비판하는 이가 거의 없다. 현재 모든 미드필드를 장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달을 가리키면서 손가락만 보고 있는 거다.”

 -결국 어떻게 해야 하나.
 “한계를 보인 사람들은 다음 총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공천도 투명해져야 한다. 전략공천을 폐지하고 비례대표를 강화하되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박영선 비대위가 검토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로 완성되지 않으니 철저한 감시가 보완돼야 한다. 결국 계파가 기득권을 버리고 희생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는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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