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친구' 70만 명 … 암과 유쾌한 싸움 벌인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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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조 심슨 할머니가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사진. “암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못 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진 인스타그램]

“모든 사람을 사랑하세요. 모든 사람에게 잘 대해 주세요. 그게 중요한 일입니다.”

 암과 ‘유쾌한’ 사투를 벌이며 전 세계인의 응원을 받아온 미국의 유명 할머니 베티 조 심슨이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지난 2일 사망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80세.

 베티 할머니가 인터넷 사진 공유 사이트인 인스타그램(instagram.com/grandmabetty33)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면 70만 명에 달하는 친구들이 수백 개의 댓글을 달았다. 올해 1월부터 올린 200여 개 사진에는 우스꽝스러운 베티 할머니의 모습이 가득하다. 파란 사탕을 먹고 혀를 파랗게 물들여 날름 내밀거나, 무지개색 가발을 쓰고 커다란 안경을 써 웃음을 자아낸다.

 할머니가 익살스러운 사진을 올리게 된 건 지난해 12월 폐암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그의 증손자가 할머니의 마지막을 남기고 싶다며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암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일부러 즐거운 사진들을 올렸다. 스스로를 ‘암과 싸우는 전사(Cancer Fighter)’라고 소개했다. 빨간색 권투 선수 복장에 검정 글러브를 끼고 주먹을 휘두르는 영상을 올려 “암을 KO 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항상 즐거운 사진만 올라온 것은 아니다. 할머니가 침대에서 힘든 모습으로 누워있는 사진을 올리면 전 세계에 있는 친구들이 “힘내세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며 응원했다.

 8개월 동안 암과 사투를 벌여온 베티 할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가족들은 “암과의 일전이 끝났을 뿐, 전쟁에서는 이겼다. 할머니가 남긴 사진들은 우리들이 웃고 행복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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