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게 벌어서 값지게 쓰겠다"|-모범납세자 표창 받은 춘천의 껌 장수 한천만옹|하루 3천 원 벌이 행상이지만 사업자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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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가가치세 무는 영감이요. 껌 하나 팔아주십시오.』
부가가치세 성실납세자로 뽑혀 국세청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한찬만씨(73·춘천시요선동12통4반·중앙일보3일자7면「주사위」보도)가 춘천시내 다방·음식점 등에서 손님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세일즈」방법이다. 춘천세무서 사업자등록번호 제221∼1504397호가 한씨의 행상등록 번호다.
한씨는 77년8월 사업자등록을 한 후 그 해 11월18일 처음으로 2천8백74원의 부가세를 물기시작, 금년1기분까지 빠짐없이 2천∼6천 원까지 세금을 자진납부 해왔다.
금년1기분 부가세 마감일인 지난7월25일 춘천세무서에서 4천57원의 세금을물고 돌아가는 한씨를 만났던 요식정객업소주인들도 「소문대로 세금 내는 껌팔이노인」을 보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세금을 내면서 떳떳하게 살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했지요.』
한씨는 껌을 떼어오는 도매상과 떳떳한 거래를 트기위해 사업자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한씨가 껌팔이를 시작한 것은 7년 전.
부인과 사별한 후 두 딸마저 시집보낸 뒤 외로움을 달래고 적당한 운동을 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했다.
매일 하오5시 셋방을 나선 한씨는 인근H다방을 들러 요선동∼악원동∼명동∼조양동 등 춘천시내 3백 여 곳의 단골 다방·음식점을 돌아 하오10시30분쯤 「사업」을 끝낸다.
순 수입은 하루 껌 70통 정도를 팔아 3천 원정도.
1백 원씩 받는 껌을 도매상에서42원50전에 떼어와 57원50전을 남긴다.
그동안 60여 만원을 저축했다.
한씨는 껌 장사를 하면서 변해 가는 세상인심도 느낀다고 했다.
옛날에는 50원짜리 껌1통을 사고 5백 원을 선뜻 집어주던 젊은이도 있었으나 요즘에는 반 말투로 껌값을 묻는 새파란 젊은이도 가끔 본다고.
『슬쩍 사서 슬쩍 팔면 되지 세금은 뭣 하러 내느냐』고 주위사람들의 핀잔도 받았다는 한씨는 『돈을 값지게 벌어 값지게 써야한다』고 나름대로의 사업관(?)을 펐다.
지난해 4월 6백 원의 세금 고지서를 받은 한씨는 세무서에 찾아가 『6백 원짜리 세금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 6천 원이 잘못 기재된 것을 정정해서 세금을 내기도-.
지금까지 모은 돈은 착한 사람에게 맡겨놓았고 돈 쓸 일이라고는 명절 때 고향 강원도원성군궁논이손곡리에 있는 조상들께 성묘할 때와 한번씩 딸네 집을 찾아갈 때라고 말한다.
가장 껌을 잘 사주는 여학생들이 종종『할아버지 돈벌어 뭘 하지요?』라고 질문할 때는 꼭 이 같은 대답을 하곤 한다.『70넘은 나이에 혼자 살면서 무슨 소원이 있나. 건강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밥 먹고 국민도리 다하고 사는 것이 재미지.』못된 것하고 다니는 몇몇 껌팔이들이 걱정이라는 한씨는 재산목록 제1호인「라디오」에서 5시 시보가 울리자 껌 통을 들고 대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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