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시내버스「서비스」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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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 들어 두 차례나 시내「버스」 요금이 올랐는데도 승객에 대한「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다. 퉁명스런 안내양들이 승객을 짐짝 다루듯 하고 차량 안팎은 여전히 더럽다.
더욱이 좌석에 옷이 찢겨 나들이옷을 못 입게 되는 사례도 많다.
며칠 전 영등포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모 운수회사소속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정비불량 탓인지「시트」가 크게 흔들려 딴 자리로 옮기기 위해 막 일어서려는 순간 바지가 찢어지는 봉변을 당했다.
앞「시트」의 밑 부분 모서리에 제법 크게 삐죽이 나와있던 받침「앵글」에 그만 바지가 걸리고 만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조용히 안내양을 불렀다.「서비스」업체에서 꽤 이렇게 엉터리 정비를 해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느냐』고 나무랐더니『간밤에 정비공들이 부서진「시트」를 고친다며 용접을 했으나 뾰족한 돌출부분은 갈지 못하고 잊어 버린채 그냥 차를 끌고 나왔다』고 대답했다.
안내양은『회사에 도착하는 대로 재정비를 하겠다』며 손님께서 이해를 해주시고 회사에 찾아와 보상을 받으라면서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했다.
몇푼 되지 않은 보상을 받기보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없게 철저히 보수해 운행하라고 충고한 뒤 그냥 내렸다.
그러나 일이 묘하게도 그날 저녁 집에 들어갈 때「버스」를 타고 보니 바로 문제의 그 「버스」였다. 그리고 궁금한 생각에 바지가 찢어졌던 자리를 찾아 그 돌출부분을 찾아보니 정비는커녕 그대로 방치된 채였다.
괘씸한 생각이 들어 운전사와 안내양을 불러 따지자 운전사 말이『차고에 들어가면 회차 시간에 쫓겨 제대로 고칠 수 없어 우선 뾰족한 부분만 망치질을 해놓았다』며『차가 운행하지 않는 밤에 재정비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 몇 차례나 더 운행하는 동안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가 바지나 치마를 찢긴 승객들이 또 있지 않았을까?
시내「버스」는 많은 사람들이 항시 이용하는「시민의 발」이다.
강세중(서울 방학동228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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