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核 먹구름' 걷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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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가 대화를 통한 해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새 핵 개발 계획이 불거진 지 반년 만에 23일부터 북한이 미국.중국과 회담을 열게 된 것이다. 국내외 안보 불안감이 걷히고 북핵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차단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를 다자 해결 구도로 해결하는 예비회담 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빠졌지만 조기에 대화가 이뤄져 안보.경제 불안을 씻어내는 계기가 마련된 의미는 작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이 다자 대화 과정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것은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는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회담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북한은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통한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이 선결 과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2일 "(북.미 간 대화는) 미국이 대북 압살정책을 포기할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3자회담을 다자 해결 구도의 틀로 보는 것도 변수다. 북한은 미.중 양측에 이번 회담이 한국.일본.러시아도 참여하는 6자회담의 예비회담이 아니라 '1차 회담'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 입장을 관철하면 한반도 주변국을 중심으로 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당초의 다자 해결 구도 자체가 흔들릴지 모른다.

우리 정부와 일.러가 배제되면 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대북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기 어렵고, 이는 북한 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우리의 안보 환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문제가 우리 정부가 배제된 채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회담 테이블엔 그동안의 핵심 쟁점인 북한의 핵 포기, 대북 체제 보장.경제 및 에너지 지원 문제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또 다자 대화의 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3국 간에 사전 조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북.미 간 탐색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담은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경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는 장정(長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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