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났다…안전자산 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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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이 사실상 끝남에 따라 그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원유.금.천연가스 등 국제 상품가격이 올초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 국제 헤지펀드들이 지난 수개월간 이들 상품을 사들이는 입장(매수 포지션)을 취해오다 대거 '팔자'쪽(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6일 이라크전을 전후해 국제 상품가격을 한껏 올려놓았던 이들 헤지펀드가 전쟁이 의외로 빨리 끝남에 따라 과도하게 확보해놓은 물량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이들 상품의 국제가격이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이래 미국시장에서 팔린 원유와 금선물에 대한 매수 포지션은 50억달러어치를 넘었다.

CFTC에 따르면 이라크전을 전후해 원유.천연가스.구리에 대해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순매수 포지션을 고수해왔던 헤지펀드들이 최근 들어 가격 하락을 예측하는 순매도 포지션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가 유지되는 품목은 금이 유일하다.

헤지펀드들은 지난 2월 첫주만 해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원유 등 유류품 선물.옵션에 대해 10만건 이상의 순매수 포지션을 갖고 있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4일치 생산량과 맞먹는 1억배럴의 원유를 사들일 수 있는 물량이다. 그러나 현재는 1만2천9백여건의 순매도 포지션으로 바뀌었다.

이 영향으로 지난 2월 27일 배럴당 39.99달러(WTI 기준)까지 치솟았던 원유는 현재 30% 가량 값이 떨어진 29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천연가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2월 초 5만4천건의 천연가스 선물.옵션 매수 포지션을 지니고 있던 헤지펀드들은 현재 이중 60%를 털어낸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말 사상 최고 가격(BTU당 11.89달러)을 기록했던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5.40달러로 낮아졌다.

유일하게 순매수 포지션을 기록하고 있는 금 선물의 경우도 지난 2월 6년 만의 최고가인 온스당 3백88.5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난주엔 4개월 만의 최저치인 온스당 3백2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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