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교운영비마저 삭감, 교육재정 위기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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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과서 구입비 전액 지원, 무상유아교육 법제화, 수학여행비 전액 지원….

 6·4 교육감선거에서 전국의 후보들이 제시한 ‘선심’ 공약이다. 대통령선거와 교육감선거를 치를 때마다 교육복지 공약은 쏟아져 나왔다. 공짜 서비스 자체를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누가 돈을 내느냐다. 시·도교육청의 재정이 튼튼하다면 모른다. 그렇지도 않은데 교육복지 서비스가 급증해 지역 교육재정이 위기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초·중·고의 하반기 학교운영비를 삭감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삭감 규모는 학교당 500만원이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수천만원인 곳도 있다. 이미 책정된 학교운영비가 중간에 감액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선 학교는 기존 프로그램·사업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학교운영비가 줄어들면 결국 학교시설 유지·공사비용이 우선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이 재정난에 몰린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침체로 세수는 감소하는데 중앙부처·교육감이 벌이는 사업비 부담은 커진 것이다. 국가가 추진하는 누리과정(3~5세 어린이집·유치원) 지원사업에 대한 시교육청 부담이 늘어난 데다 무상급식 예산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하반기에 서울의 교육재정은 3100억원 정도 부족하다. 이런 위기는 서울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요 시·도교육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생연합고사를 취소하고 교원 명예퇴직 계획도 조정하는 상황이다. 인천시교육청도 “올해 연말까지 1000억~1600억원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갑자기 경기가 살아나 세수가 큰 폭으로 늘 수 없는 상황이다. 누리과정 같은 정부 사업의 부담을 줄이고 재산 매각, 수당 삭감 등의 자구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당장은 교육복지 사업의 우선순위를 점검해 중요하고 긴급한 것부터 시행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사업은 함부로 약속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