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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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번 교육 개혁의 관건은 우선 내신 제에 있을 것 같다. 내년의 경우는 20%의 비중을 갖지만 차차 그 무게는 높아진다. 언젠가는 내신 성적만으로 대학입학을 가늠하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요는 학교와 교사를 한번 믿어 보는 데에 있다. 벌써부터 속된 단정을 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사실 내신제의 성패는 학교의 노력에도 달려 있지만 그 보다는 학부모의 자세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된다.
어느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대한 시비가 있었던 모양이다. 학교 당국은 그날부터 학생들의 모든 답안지를 공개했다. 채점이 끝난 뒤 그 답안을 학생들에게 일일이 되돌려 준 것이다. 시비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뜻하지 않은 유음이 일었다. 중요과목의 교사들이 몇몇 학생에게 사전에 문제를 암시해 주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 학교의 경우 사실은 그럴 수가 없었다. 한 학년에 과목 교수가 한 사람으로 고정되어 있지도 앉으며, 출제도「풀」제로 하고 있었다. 여간 주도 면밀한 「범태」를 갖지 않고는 모의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어떤 참고서에서 주로 문제가 많이 나온다는 정보가 학생들 귀에 흘러 들어왔다. 필경 이것은 책장사와 관련되는 「루머」였을 것이다.
결국 무엇도 믿지 않기로 치면 세상 만사는 이처럼 온통 뒤축박죽이 되고 만다. 무엇이나 믿어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매사를 의심만 한다면 결국 이 세상엔 미덕도, 정직도, 성실도 있을 수 없다.
내신제의 경우만 해도 학부모들 자신이 그 순수성을 지켜 주여야 한다. 『나만은 요령 있게…』라는 생각을 저마다 갖기 시작하면 문제는 다시 오늘의 원점으로 돌아오기 쉽다.
그렇다고 학교나 교사가 책임을 모면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야말로 교사는 지난날에 손상되었던 명예나 권위를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
과외 교수나 학원강사에게 더 많은 기대와 신뢰를 갖고 있던 학우들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켜주고도 남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학급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짐으로써 학우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심리적 갈등과 타서의 불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럴수록 교사는 교단 위에서보다는 자분 아래서의 인간 교육에 더 따뜻한 개의와 깊은 관심을 쏟아야할 것이다.
교사 자신의 인간적인 성숙과 품위의 계발이 필요하다. 인간 교사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천년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선생을 발견할 수 있는 교육 풍토를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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