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희비 엇갈린 「시멘트」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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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가 「시멘트」업계로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해다.
수출은 예년에 없던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는 꽁꽁 얼어붙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멘트」 대리점을 따는 것이 큰 이권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작년 봄 이후 한번도 기지개를 켜지 못한 국내 건축경기 때문에 「시멘트」제조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유통업계가 모두 고전하고 있다.
쌍용·동양·한일·성신·아세아·현대·고려 등 국내 7개 「메이커」의 연산능력은 2천1백만t.
이들 업체들의 올해 평균 가동율은 82%선에 머무르고 있으며 6월말 현재 재고는 1백98만4천t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백7%가 늘어났다.
이같이 재고가 크게 는 것은 비중이 큰 내수가 부진한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생산량은 작년 실적의 8%만을 늘려 9백7만t이었으나 내수는 15%가 오히려 줄어든 6백42만t에 불과했다.
다행히 수출은 2백77%가 늘어난 2백33만8천t (1억1천3백만「달러」)이나 돼 그나마 재고 감소에 도움이 되었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재고 같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77년말∼78년에 있었던 품귀소동이나 「프리미엄」시대를 거치는 동안 「메이커」들은 앞다퉈 시설확장을 서둘렀기 때문에 이제는 찬바람만 약간 불어도 과잉시설이 되거나 재고를 안을 수밖에 없다.
올해 정부는 수급계획을 생산 1천9백만t, 내수 1천4백만t, 수출 5백만t으로 짜놓았으나 내수가 극히 저조하다.
업계는 내수가격보다 t당 15「달러」나 싼 45「달러」선으로라도 수출을 늘려보려고 하고 있으나 여의치가 않다.
주요 수출시장은 인도·「방글라데시」·태국·「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이지만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주문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작년에는 생산실적 1천8백20만t, 내수 1천5백80만t이었으나 10월까지 수출물량을 조절했기 때문에 수출은 겨우 1백70만t에 불과하고 1백20만t의 재고가 쌓이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정책 당국의 수급계획이 빗나간 결과였다.
양회업계는 별도의 경기대책이 없는 한 하반기 내수는 상반기 실적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회협회 김두환 상무 말=상반기 건축허가면적은 작년보다 증가했으나 착공을 늦추는 사례가 많아 「시멘트」수요는 작년 실적의 80% 수준으로 오히려 떨어져 연말까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다.
이 같은 불황을 반영해, 「시멘트」는 제값을 못 받고 있다. 77년 품귀소동 때는 「시멘트」 1부대에 고시가격보다 3백∼4백원씩 웃돈을 주고도 사기 힘들었었다. 요즈음은 고시가격 1천6백30원보다 60∼70원씩 싸게 팔고 있으나 전국 7백50개 대리점은 그나마 거래가 한산하다.
대리점들은 1구좌에 2천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그 동안 짭짤한 재미를 보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종업원 인건비도 못 버는 업소도 많다. <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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