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실서 이루어진 15년만의 모자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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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처님의 자비로 내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
24일 상오 서울남대문경찰서에서 헤어진지 15년만에 소매치기 두목이 된 아들 나창수씨(24)와 극적으로 만난 어머니 정채덕씨(52·서울도림동162)는 비록 죄인의 몸이기는 하지만 우선 아들을 되찾게 된 것을 부처님께 감사했다.
이들 모자가 헤어진 것은 65년 여름. 아버지를 여의고 친척집을 찾아가던 길에 인파에 휩쓸려 서로 손을 놓치고 말았다. 나씨는 당시9세. 어머니 정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정신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 한 달만에 나온 뒤 서울정능에 있는 용화사에 들어가 부엌일을 해주며 수도하는 보살이 됐다. 한편 나씨는 경찰서에서 미아로 보호를 받다가 길거리로 쫓겨나 껌팔이·구두닦이 등으로 전전했으며 끝내는 범죄소굴에 빠져 아동보호소와 소년원 신세를 져 76년에는 이미 전과2범의 전문소매치기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9월, 3년6월의 징역을 마치고 출감한 나씨는 검은 손을 씻지 못하고 스스로「태권도파」라는 소매치기단을 만들어 범행하다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김창수라는 가명으로 자신을 숨겨온 나씨는 속죄하는 마음에서 본명으로 조사를 받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신문에서 아들의 이름을 확인한 어머니 정씨와 만날 수 있었다.
나씨는 『헐벗은 고아에게는 옷가지를, 굶주린 고아에게는 밥을 나누어주던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정성이 내 마음을 돌아오게 한 것 같다』며 15년만에 만난 혈육의 정에 울음을 터뜨렸다. 나씨는 『이번에 교도소에 가면 불교에 의지하여 새 마음을 찾아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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