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볼쇼이·오페라단 서독 공연- "정치적 저의 있다"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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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서독인들 사이에서는 지난달에 있었던 소 「볼쇼이·오페라」단의 첫 서독 공연이 예술의 순수성을 떠나 정치적 저의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냐는 여론이 분분하다. 「볼쇼이·오페라」라면 세계 정상임에 틀림없고 공연 내용도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으나 공연 시기와 장소가「지극히 정치적」이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볼쇼이·오페라」는 서독 분단 후 처음으로 서「베를린」을 방문, 세계 최대의 공연장인 ICC에서 사흘동안「풋치니」의『토스카』를 비롯하여「코르사코프」의『「모차르트」와「살리에르」』, 「차이코프스키」의『졸란테』등 본격적인 소련「오페라」작품까지 열연, 서독의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절찬을 받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연 내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서독 인들은 소련 당국이 「볼쇼이·오페라」를 정치도구화 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국제적인 대소 여론이 최악인 시점에, 장소마저 그동안 소련이「터부」시 해온 서「베를린」을 택한 저의는 알만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소련의 입장으로 볼 때는 2차 대전 후 서독의 대소 여론이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볼쇼이·오페라」단을 서독에 파견했다 것은 정치적 목적에 극히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여론이다.
「볼쇼이·오페라」의 「프리마·돈나」인 「마야·폴리세츠카야」가 작년 부활절 행사를 위해서 「베를린」 공연을 신청했을 때 소련 당국은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기각시켜버렸었다.
개인의 공연까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던 「모스크바」 당국이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세우는「볼쇼이·오페라」단의 서독 공연을 스스로 성사시킨 것은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볼쇼이·오페라」단의 서「베를린」공연으로 소련 당국이 시도한바 서독의 대소 감정이 얼마나 누그러졌는지 알 수 없지만 최근의 여론으로 봐선 오히려 역효과를 준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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