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억 들이고 강 근처도 못간 MB 로봇 물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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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물고기가 고기하고 같이 논다. 대한민국의 수질 관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11월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4대 강 수질을 감시하는 로봇 물고기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은 로봇 물고기가 수질을 감시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저건 로봇이다. 고기하고 같이 논다. 로봇이 낚시는 물지 않는다”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곤 “대한민국의 수질 관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4대 강 문제로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0일 감사원의 로봇 물고기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설명은 틀린 말이었다. 수질 감시는커녕 로봇 물고기들은 4대 강 구경조차 제대로 못했다.

 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이 2010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9개의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7대는 감사원이 지난 1월 감사 시작 전 이미 고장 나 있었다. 나머지 2대로 성능 검사를 했는데 이마저 당초 목표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사업계획서의 목표에 따르면 로봇 물고기가 물속에서 수영하는 속도는 2.5m/s였다. 1초에 2.5m를 가야 했다. 하지만 실제 감사원 실험에선 0.23m/s에 그쳤다. 속도가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물속에서의 통신거리는 목표가 500m였다. 그래야 로봇에 장착된 센서가 통제실로 전달돼 실질적인 수질 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험에선 50m에 그쳤다. 4대 강의 강 폭은 50m가 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강가에서 통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통신 속도 또한 목표는 4800bps였지만 실제론 200bps였다. 24분의 1 수준이다. bps는 1초간에 송수신할 수 있는 비트(정보량의 최소 기본 단위)의 수를 말한다. 이 정도면 광대역 LTE(롱텀에볼루션, 4세대 통신)라고 팔아 놓고 실제론 2G(2세대)에 못 미치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실험 항목 중에는 3대의 로봇 물고기가 수중에서 그룹을 이뤄 목표물에 도달하는 ‘군집 제어’ 기능도 있었는데, 2대밖에 없어 이 기능은 아예 살펴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해 7월 30일 산업기술연구회에 로봇 물고기 연구과제 최종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발표 때는 기능을 뻥튀기하는 조작까지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보고서에는 유영속도가 1.8m/s로 돼 있지만 실제 발표는 당초 목표와 같은 2.5m/s로 하는 식이었다. 연구 성과가 아닌데도 성과로 포장하거나 연구비 8915만원을 용도 외로 사용한 비위 행위도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실제 감사를 해보니 로봇 물고기는 정상적으로 상용화해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로봇이 낚시는 물지 않는다”던 이 전 대통령의 농담을 무색하게 하는 감사 결과였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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