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자신있게 기획했던 4대강 로봇물고기, 사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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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TV 화면에 나타났다.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주제로 당시 논란이 됐던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문제 등 현안에 관해 130분 간 자유롭게 말하는 형식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가 극심했던 4대강 사업 얘기를 꺼내면서 “원체 반대가 많아 길게 설명한다”며 “허허”하고 웃었다.

그 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게 4대강 수질을 감시하는 로봇 물고기의 등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로봇 물고기가 수질을 감시하는 동영상을 보여 주며 “저건 로봇이다. 고기하고 같이 노는 거다. 로봇이 낚시는 물지 않는다”는 농담을 던져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대한민국의 수질 관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4대강 문제로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다”고 했었다.

나흘 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이 로봇 물고기를 두고 “로봇 물고기의 크기는 1.5m나 된다. 물고기들이 로봇을 보고 놀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환경이 파괴될 것”(김재윤 의원)이라는 야당 의원이 주장까지 나오는 등 공방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4년 8개월이 지난 지금 그 로봇 물고기는 정말 화면 속에 등장했던 것처럼 4대강 물속에서 다른 진짜 물고기 친구들과 자유롭게 노닐고 있을까. 답은 아니다다. 로봇 물고기는 수질 감시는 커녕 4대강 구경조차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3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로봇 물고기 등 산업기술분야 R&D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가 지난해 11월28일 로봇 물고기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자 산업기술연구회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을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7일까지 감사해 이날 국회에 최종 결과를 보고했다.

57억원을 예산으로 지원받아 2010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로봇 물고기가 개발됐지만 결과는 완벽한 실패였다. 9개의 시제품 중 7대는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기 전에 이미 고장나 있었다. 나머지 2대로 성능검사를 했는데 당초 목표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사업계획서의 목표에 따르면 로봇 물고기가 물속에서 수영하는 속도는 2.5m/s였다. 즉, 1초에 2.5m를 가야 됐다. 하지만 실제 감사원 실험에선 0.23m/s에 그쳤다. 속도가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물속에서의 통신거리 목표는 500m였다. 그래야 로봇에 장착된 센서가 통제실로 전달돼 실질적인 수질 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험에선 50m에 그쳤다. 4대강의 강 폭이 50m가 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강가에서도 통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통신 속도 또한 목표는 4800bps였지만 실제론 200bps였다. 24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면 광대역 LTE(롱텀에볼루션, 4세대 통신)라고 팔아 놓고 실제론 2G(2세대)에 못 미치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실험 항목 중에는 3대의 로봇 물고기가 수중에서 그룹을 이뤄 목표물에 도달하는 ‘군집 제어’ 기능도 있었는데, 2대 밖에 없어 이 기능은 아예 살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해 7월 30일 산업기술연구회에 로봇 물고기 연구과제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발표 때는 기능을 뻥튀기하는 조작까지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보고서에는 유영속도가 1.8m/s로 돼있지만 실제 발표는 당초 목표와 같은 2.5m/s로 하는 식이었다. 연구 성과가 아닌데도 성과로 포장하거나 연구비 8915만원을 용도 외로 사용하는 비위 행위도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실제 감사를 해보니 로봇 물고기는 정상적으로 상용화해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로봇이 낚시는 물지 않는다”는 농담이 무색해지는 감사 결과였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감사원 제공, JTBC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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