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팥 떼준 누이 정은주양(19)|오빠에"재생의 기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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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고3년생이 죽음을 눈앞에 둔 오빠에게 자신의 한쪽 콩팥을 떼주어『재생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전주영생여상고 3년 정은주양(19)은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을 해야살수있는정성균씨(30·제일은행정읍지점대리)에게 자신의 콩팥 한쪽을제공, 11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마쳤다.
정양이 이같은 결심을한 것은 지난 2월.
5년전부터 신장병을앓아오던 오빠가 지난 2월20일 갑자기 병이 악화, 서울대병원에서 신장이식을 해야 살수있다는최후통첩을 받자 정양은『오빠를 살리겠다』며선뜻 나섰다. 성균씨의 부인 조순자씨(30)와 언니 은숙씨(25·회사원)도 뒤따라 나섰으나 은주양은『올케언니는 평생 오빠의 뒷바라지를 해야하고 언니는 곷 결혼을해야한다』며 한사코 이를 만류했다.
2남5녀중 막내인 은주양은 항상 웃은얼굴에어릴때부터 불쌍한 사람은 그대로 보지못하는성격. 전주기전여중 1학년때 옆자리에 앉은 짝이집안이 어려워 점심을 싸오지못하자 친구와 교실밖으로 나가 자신의 도시락을 1년내내 같이 나누어 먹기도했다.
은주양은 지난달27일 수술을 하기위해 서울로 올라올 때도 담임선생님에게『아무런 자랑거리도 아니니 절대로 다른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선행을 숨겼다.
지난11일 수술실로 들어가기전에 어머니 임길례씨(53)가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리자 은주양은 울지 말라며『기쁜 마음으로수술을 받고오겠다』고 오히려 어머니를위로할만큼어른스러웠다.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의대외과과장 김진복박사(47)는『은주양이 그렇게 의젓할 수가 없다』며 이런일이 겉으로 보기는 쉬운 것 같아도 입장을 바꾸어 보면 결코쉬운일이 아니라고 했다.

<최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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