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보내 치안 돕겠다" 독일도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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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라크전이 미국과 영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사실상 끝나자 독일이 미국.영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간 프랑스.러시아와 함께 반전(反戰)축을 형성했던 독일의 이 같은 변신은 전황이 연합군 측에 유리하게 전개되면서 이미 감지됐다. "연합군이 빨리 승리하기 바란다"(4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후세인 정권의 조속한 붕괴를 바란다"(7일,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 등 미국을 겨냥한 화해의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 주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러시아 정상과 만났던 슈뢰더 독일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 식민주의'란 표현을 쓰며 미국을 비난하는 동안에도 자극적인 발언을 일절 삼갔다. 독일의 이라크 채권 40억유로를 탕감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환심을 살 구체적 제안도 내놨다. 전후 치안유지를 위한 독일군의 파병을 제안했고, 인도적 지원을 위해 5천만유로를 책정했다. 이라크인 부상자들을 독일로 후송, 치료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슈뢰더 총리는 15일 하노버의 자택으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초청,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로 했다. 영국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해보려는 의도가 보인다.

슈뢰더의 변신에 대해 독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쟁 후는 전쟁 전이 아니다"라며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후 복구와 질서 재편 과정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독일 측의 이 같은 재빠른 변신이 실효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과 독일, 나아가 미국과 유럽 사이에 감정의 골이 너무 깊게 파였기 때문이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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