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방어책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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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K㈜는 크레스트 증권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대비책이 있으며 SK글로벌을 부당하게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K㈜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정준 전무는 15일 서울 서린동 본사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크레스트 증권 측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 방법은 전략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크레스트 증권의 모기업인 소버린 자산운용 관계자가 지난 3일 만난 자리에서 적대적 M&A를 할 의도가 없으며 장기 투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아직까지 소버린이 경영 감시 역할을 하겠다거나 이사회 참여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SK㈜는 크레스트 측이 이사 선임이나 사외 이사 파견 등을 요구해올 경우에는 법률과 정관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전무는 SK글로벌의 채권단이 계열사들의 지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 "SK㈜의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나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크레스트 증권이 지분율을 15%로 높여 SK㈜가 외국 법인이 될 경우 SK텔레콤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버린과의 접촉 과정에서 SK텔레콤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유전무는 "크레스트가 이미 SK㈜의 대주주가 돼 있는 상태에서 SK㈜ 이익에 반하는(SK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이 줄어드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지분율(14.99%)에서 추가 매입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SK텔레콤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SK텔레콤 지분 6.84%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에 백기사(경영권 방어를 도와주는 우호 주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SK㈜와 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통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사회를 회사에서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 기구로 운영하고▶사외이사의 역할 비중을 높이고▶중요 경영정보를 제때 공개하며▶감사위원회를 강화하는 것 등을 내놓았다.

한편 김진표(金振杓)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크레스트 증권이 SK㈜ 주식을 매입한 것과 관련, "정부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은 경우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金부총리는 "현 제도 아래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자유화돼 있기 때문에 내.외국인 모두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한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상우.염태정 기자

<사진설명>
SK 유정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에서 최근 크레스트증권의 지분 매입 및 경영권 참여 요구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자료를 보이며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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