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대학 재정의 확보 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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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립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을 연차적으로 낮추고 그 대신 학생들의 공납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정부에 의해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제기획원이 검토중인「국립대학 재정지원 개선방안」은 현재 60%에 달하고 있는 국립대학 국고지원을 연차적으로 낮추어 83년에는 30%로 줄이고 그 대신 현재 사립대학의 40%수준인 공납금을 점차 높여 83년에는 사립대학의 40%선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체로 우리나라 대학의 공납금이 선진국에 비해서 많은 편이 아니고 국·사립대학간의 공납금 격차가 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또 가뜩이나 부족한 국고재정을 이리 저리 쪼개야 하는 예산 당국의 고충을 모르는바 아니고, 때문에 전체 교육예산 중 대학교육에의 투자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는 일부 주장도 일반 논으로서 성립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투자의 중요성, 특히 대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인식도가 이 정도인가 하는 점에서 그같은 발상이 제기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학 당국자에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대학교육에 대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의 공통되는 추세다. 이같은 경향은 대학교육이 한 사회·한 국가의 급속한 발전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국가적인 수준과 안목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점차 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고등교육의 확충이 70년대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왔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물론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희생적인 교육비 부담 때문이었지만 정부의 교육투자가 기여한 바도 결코 과소 평가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데도 그동안 국립대학에 대해 60%의 국고지원을 해온 것은 국·공립대학에 대한 공공부담이 100%내지 63.2%, 사학에 대해서도 28%에 이르는 미국과 같은 선진수준에는 감히 비교도 안될 만큼 보잘 것 없는 것이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국립대학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적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교육에 있어서의 질적 수준은 항상 국제적인 비교만이 유의한 것이므로 적어도 국립대학 재정에 관한 한, 선진국의 그것에 대하여 너무 빈약한 상태를 오랫동안 방치한다는 것은 대학 교육 정책의 부재를 드러낼 뿐이다. 때문에 가능한 한 지원의 폭을 좀더 늘리고 사학에 대해서도 일부 국고 보조를 하는 것이 국가적 목적과도 부합되는 것이다.
더우기 우리나라의 사학들이 거의 전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서 운영되어 온 것이 오늘날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 뿐 아니라 갖가지 학내문제를 일으키게 하고 있는 요인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국립대학이란 국가가 재단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한 것이다. 사립대학이 공납금으로 운영되는 것부터 개선되어야 하겠거늘 국립대학마저 등록금에 의존해서 운영된다면 어찌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국립대학이 될 수 있겠는가.
또 국립대학의 등록금이 사학에 비해 싸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장학금의 뜻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고교학생들에게 면학의 유인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국립대학의 공납금 인상이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검토된다면 몰라도 중등교육 이하의 교육투자에 대비한 상대적 불균형이라든지 사학과의 부담균형이 그 이유는 될 수 없으며, 단순히 국고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더구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가발전에 있어 대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인식제고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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