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로 남는 유병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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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서울 신월동 서울분원에서 유벼언 청해진해운 회장 시신에 대한 감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 원장 뒤로 회면에 떠있는 사진은 다중채널 컴퓨터단층촬영기로 유 회장의 시신을 촬영한 것이다. 서 원장은 "변사체가 유병언이라는 것은 확정됐지만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매실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사망 원인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 회장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25일 밝혔다. 다만 유전자 정밀감식과 손가락·치아 감정 등을 통해 시신이 유 회장이라는 사실은 거듭 확인됐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이날 서울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브리핑을 갖고 “간과 폐, 근육 등을 대상으로 약·독물(독극물) 검사를 했으나 모두 음성반응이 나왔다”며 “뱀 등 맹독성 동물에 의한 중독이나 약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이어 “목 등이 눌려 질식사했거나 지병이나 외력으로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모두 분석했으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고 내부 장기가 소실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사망시기 역시 정확한 추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원장은 “부패에 영향을 주는 습도와 온도가 장소와 계절 등에 따라 달라 사망시기를 확정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구더기나 (생전에) 섭취했던 음식물 상태로 밝히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는 그것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견된 시신이 유 회장이 맞느냐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내려졌다. 서 원장은 “시신 주변에 있던 스쿠알렌병과 소주병에서도 유 회장 DNA가 검출됐으며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시신의 추정신장은 1m59㎝ 안팎으로 (유 회장) 신체조건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유씨의 생전 담당 치과의사가 보내온 치료 기록과 시체의 치아 상태, 왼쪽 둘째 손가락 끝마디 뼈의 절단 형태 등으로 볼 때 시신이 유 회장과 동일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밀 감정에 참여한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도 “너무 많은 조직이 손실돼 사인을 규명할 만한 실마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시신이 불과 17~18일 만에 백골화가 진행된 것과 관련해 이 센터장은 외국 사례 등을 제시하며 “날씨 등의 요인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경은 유 회장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그의 도피 경로를 확인하고 유류품을 찾는 등 보강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검경은 저체온증 등에 따른 자연사 가능성과 함께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수배 중인 유 회장 운전기사 양회정(55)씨와 김엄마(김명숙·59) 등을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 회장 검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최재경 인천지검장을 대신해 임명된 강찬우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는 이날 유 회장의 장남 대균(44)씨 등에게 자수를 권고했다. 강 지검장은 “대균씨가 자수할 경우 최대한 정상을 참작하겠다”며 “양회정씨 등 범인도피혐의 수배자들도 7월 말까지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채승기·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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