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계절풍 이겨내야|뉴스위크지, 최근의 한국 정치사태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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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스위크」지는 박 대통령 서거 후의 최근의 한국의 정치사태를 다음과 갈이 분석, 현 정부는 앞으로 3월의 불안한 계절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지도자 김대중씨는 최근 군중 연설에서 고 박 대통령의 폭정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한국 중앙정보부도 대내 사찰활동이 금지되고 박 정권의 각료들도 대거 교체됐다.
각 대학의 학생활동도 재개, 20년만에 처음으로 학생회장 선거가 실시되게 됐다.
한국은 소요와 불안사태를 극복하는데 성공은 했으나 자유화를 위한 거보를 내디뎠다.
한국에서 3월은 전통적으로 불만이 폭발하는 계절.
그러나 군의 지지를 받고있는 정치 지도자들은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 6백명의 인사들에게 복권을 단행했다.
전두환 장군을 비롯한 육군의 강경파들도 민주선거 실시에 의한 정부수립을 동의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두 정당은 격렬한 정치활동에 돌입했다. 학생층과 군부가 새정부 수립 때까지 공존을 계속할 수 있으면 억압적이었던 박 정권의 시대는 과거얘기가 되고 말 것이다.
아직 계엄이 실시중이고 노조활동도 금지돼 있으며 박 정권의 정치범 4명이 옥중에 있고 박대통령의 사후 80여명이 투옥, 시민권 박탈자들이 많은 상태에 있다. 더구나 군부 지도자들은 군 관계기사들을 검열, 현 정부에서 그들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다면 학원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김옥길 문교 장관은 그의 지위를 걸고「캠퍼스」의 정치적 개혁을 단행했다.
학생들은 스스로의 선거로 지도자를 선출하는가 하면 박 정권 때 축출된 교수들도 복직, 학생시위는「캠퍼스」안에서만은 자유롭게 진행되도록 허용됐다.
야당은 김영삼 총재파와 김대중씨 지지파로 양분되고 민주 공화당에서는 소장「그룹」들이 부패요소 추방을 시도해 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세 김씨가 대통령 후보로 유망시 되지만 모두 결점이 있다.
『김영삼씨는 능력이 좀 모자라고(less than capable) 김대중씨는 너무 과격한(too radical)것으로 보이며 김종필씨는 너무 때가 묻어있다(too radical)』고 어느 외교관은 평했다.
신민당이 분열하면 김종필씨가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 분석자들이 많다.
김종필씨를 밀고 있는 경제인들이 정치자금을 김영삼씨에게도 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며 군부는 김대중씨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급진주의자(pinko)로 보고 있다.
한편 최규하 대통령과 신현확 총리도 군이 지지하는 정당의 대타후보로 옹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선거가 과열해짐에 따라 현재의 정치적 안정이 하룻새에 깨어질 수도 있다.
학생들이 언제 봉기할지 모르며 물가고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언제 거리에 뛰어나올지 모르고 정부 지도자는 이를 구실로 그들의 현 체제를 연장할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군부도 현정부 지도자를 지지, 국내의 불안요소는 한없이 계속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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