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형님이고 스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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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6일 서울YWCA강당에서 있은 김대중씨의 강연은 유신이후 첫 공개 대중연설 이어서인지 강연장 안팎까지 약9천명의 청중이모였다.
김씨는 대통령 후보문제를 거론, 차기정권을 맡으면『다 파먹은 김칫독에 머리를 파묻는 격』이므로『다음정권에 대단한 매력이 없다』면서『누가 4년 동안 실컷 고생한 뒤 그 뒤에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폐인이 되고 반신불수가 됐다는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내 현품으로 보이고 싶어 일부러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납치사건 등 과거를 되새기며『나는 지금 살아있는 것만도 감사한다』고 말하고 『민주주의가 확고히 되고 동족상잔이 없어진다면 나는 중앙청 급사가 돼도 한이 없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씨는『나는 기독교신자이기 때문에 예수의 제자이다. 예수는 나의 선생이고 형님이다. 예수가 나의 스승이고 형제이기 때문에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예수가 소작인·날품팔이·창녀를 위해 일생을 봉사하다 그들의 권리의식을 고취했다는 민중선동죄로 십자가에 못 박혔다』면서『내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예수의 말씀에 따른 것이고 대통령도 하느님이 시키면 한다』고 했다. 1시간40분간 연설을 한 김씨는 연단에서 대학생들로부터「사인」공세를 받았고 청중들은 약1시간동안 흩어지지 않고『통일의 노래』『애국가』등을 불렀다.
이날 연설장에는 신민당의 박영록·이택돈·예춘호·이용희·노승환·천명기·김승목·이필선 의원과 통일당의 김녹영 의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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