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존재 가치|이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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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평생 교단에 서다가 60세에 교장에서 한도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의 중책을 맡게 되니 그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지고 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이 짐을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어진 소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할 것을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다.
우리의 조국은 그 동안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도 온 겨레의 단결된 힘을 발휘하여 70년대의 도약을 기하였고 또한 작년에는 뜻하지 않은 정치적 격랑을 당하면서도 슬기와 인내로 그 숱한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안고있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다음의 두 가지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즉 반공안보교육과 인간교육이다.
먼저 반공교육에서 선행되어야할 것은「애국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남을 자랑으로 아는 것이 애국의 시작이다.
애국이란 크게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봉사이며 작게는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과 책임 그리고 본분에 대하여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다음은 인간성회복의 교육을 강조해야겠다. 우리사회가 급속히 산업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인간소외현상을 교육의 힘으로 극복하고 회복해야한다.
교육의 현장에서 내가 교육하고있는 학생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즉 그들을 사랑해 주고 존중히 여기며 신뢰해 중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감격하게 될 때 비로소 사랑과 인정이 가득찬 인간이 양성되고 나아가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잘 배울 수 없다면 학교의 존재가치는 없을 것이다. 과외가 학교 밖에서 판을 친다면 학교의 존재가치가 희박해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학교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긍지 높은 사도를 확립하는 길 밖에는 없다.
사도확립의 첫째 길은 교육에 대한 책임이다. 학생이 학습에 의욕이 없는 것은 교사의 책임이다.
교사는 촛불과 같이 자기를 태워 학생을 계발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둘째는 학생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길이다. 학생들을 볼 때『이것도 못하느냐』고 볼 것이 아니라『이것이면 할 수 있다』로 보아야한다.
셋째로 학생을 교육하는 데에서 보람을 찾아야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공부 못하는 학생, 장해가 있는 학생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보람인 것이다. 교사들에게는 우리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식의 통일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전교사의 의식통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 학교장은『교장이기에 앞서 한사람의 교사다』라는 교장자신의 변혁이 필요할 것으로 믿는다.<경기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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