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형 청장 찬조금 접수 감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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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형 부산경찰청장이 부산지역 불교지도자들에게서 기부금 500만 원과 그림 1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경찰청이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이청장은 첫 여성 치안정감으로 유명하다.

18일 부산경찰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청장은 지난 2월 13일 오후 4시쯤 집무실에서 부산경찰청 경승실장이자 부산불교연합회장인 수불 스님(범어사 주지)일행 에게서 현금 500만 원과 그림 1점을 받았다.

수불 스님은 당시 “고생하는 전·의경들에게 빵이나 피자 등을 사서 격려해달라”라며 5만원권 100장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이 청장은 “전·의경 위문은 현금으로 받을 수 없고 위문품으로만 받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수불 스님이 “이 돈으로 물품을 사서 나눠주면 되지 않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자 배석한 당시 1부장을 통해 봉투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경무관인 1∼3부장과 총경 1명, 부산불교연합회 회장단 스님 4명이 배석했다.

문제의 기부금은 경무과장을 거쳐 경무계장이 보관하고 있으며 그림은 청장 집무실 앞에 걸어놨다.
이 청장은 “현금을 건넨 분이 부산경찰청 경승실장인데다 전국 4대 사찰 범어사 주지인 큰스님이어서 호의를 뿌리치지 못했다”며 “전·의경을 위해 좋은 뜻으로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만 생각 했다. 당시에는 얼마의 돈이 봉투에 담겼는지도 알지 못했고, 나중에 500만 원이라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청장에게 건네진 현금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전·의경을 위해 쓰이지 않고 부산경찰청 경무계에 보관중이다. 그림은 집무실 입구에 걸려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밀양 송전탑사태 출동과 세월호 여파로 4월에 예정했던 전·의경 체육대회가 미뤄지면서 지금껏 사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과 안전행정부 지침에 따르면 국군장병과 전· 의경에 대한 위문금품은 기부심사위원회를 통해 물품으로만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청장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문제가 된 500만원과 그림은 18일 부산경찰청을 방문한 심산스님을 통해 돌려줬다.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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