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만학사가 수석졸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수출산업공단 산업체특별학급 중·고교 제1회졸업식이 12일 영등포공고와 영등포 여상고에서 각각 열렸다.
이졸업식에서 영등포공고 86명과 영등포여공고 3백96명이 주간학생들과 같은 자격을 인정받는 졸업장을 받았다.
수석졸업은 영등포공고의 이영녹씨(27·「디자인」포장「센터」)와 여상고의 서정옥양(21·일신동양통신기)이 차지했다.
구로공단과 인천지역의 한국수출산업공단에서는 2월15일까지 5개중·고교에서 모두 7백69명의 산업체특별학급 근로 학생들이 졸업한다.
수석졸업을한 이씨는『어려운 공단근로자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동생 영호군(19·청구상고2년) 뒷바라지까지하며 3년간줄곧 1등에 반장까지 맡아온 이씨는 12일 영등포공고 졸업식장에서 졸업장을 받아들고『부모님께 보여드리지 못한것이 한』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돈을 아끼느라 저녁을 거른채 수업을 받아 한때 건강이 나빠지기도 했으나 실의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3년간의 감개가 복받쳐올랐다.
예비고사에 합격한 이씨는 공무원이 되어 저임금에 혹사당하는 공단근로자의 안내인이 되는 꿈을 실현시키기위해 성균관대 법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충북옥천군안내면 안내중을 졸업한 이씨는 임시우편배달부등을 하다 71년 서울에와 여러직장을 거쳐 75년「디자인」포장「센터」에 입사했다. 이씨는 교복과 짧은머리때문에 나이대접을 못받아도 불쾌하지 않았으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중에 공부를 그만둔 친구들을 볼때 가장 우울했었다고 했다. <조일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