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렇게 쓰나" 공무원 사회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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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싸움까지 벌였습니다."

과천 경제부처 한 3급 공무원의 말이다. 지난 7일 "판공비가 1천만원 이상인 국장도 있다"는 유인태 정무수석의 발언이 보도된 뒤 이를 들은 부인이 항변하더라는 푸념이다.

그는 "柳수석 발언이 있던 다음날, 집사람이 '공무원의 판공비가 그렇게 많다는데 왜 집에서 매번 돈을 타가느냐'고 따지는 통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도대체 어느 부처에서 국장급이 그렇게 많은 판공비를 타 쓰는지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사회가 판공비 문제로 동요하고 있다.

柳수석은 그 후 "내가 언급한 국장급 판공비는 국장이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판공비가 아니라 국 단위에서 각종 용도로 쓸 수 있는 규모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국장급 공무원은 "柳수석이 해명은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국장급 이상만 해도 어디가면 밥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연간 1천만원이면 한 달에 1백만원도 안돼 많이 부족한 실정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간부는 "柳수석 친척의 경우처럼 간혹 업무상 접대가 아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1급과 국장급의 경우 전액을 카드로 써야 하기 때문에 이는 드문 사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 중에서도 힘깨나 쓰는 부처에서나 판공비를 많이 쓰지 않겠느냐"는 볼멘 소리도 여러 정부 부처에서 나온다.

경조사 비용에 대한 불만도 많다. 한 간부 공무원은 "우리 부 장관에게 연간 1천9백98만원, 차관은 6백47만원의 경조사비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장.차관급과 달리 국.과장급들은 경조사 비용을 개인적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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