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절벽 천연기념물 지정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문화재청이 동해안의 대표적 해돋이 명소인 강릉시 강동면 정동∼심곡 구간 해안 절벽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 하자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문화재원 8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 구간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지질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이 일대 절벽이 2백만∼2백50만년전부터 바닥층이 80m가량 계속 솟아 오르면서 형성된 국내에서 가장 큰 해안단구층(海岸段丘層)이어서 지질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안 단구층에 대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최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해안 절벽 6㎞(남북방향)와 내륙쪽 1㎞(동서방향)를 포함하는 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 지역 6백18가구 주민들은 지난 8일 ‘천연기념물 지정 반대추진위원회(위원장 이돈진)’를 결성한 데 이어 11일에는 주민 1백20여명이 문화재청(대전)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10여곳에 “사유 재산 침해하는 문화재 지정 철회하라”등의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내걸었으며, 지난 7일 문화재청의 2차 현지 조사 때는 조사단이 탄 차량의 진행을 막기도 했다.

이들은 “전체의 90여%가 사유지인 이들 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 건축 등 각종 행위에 제한을 받아 재산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관광지 개발 사업도 불가능, 관광객을 상대로 주로 영업을 하는 주민들이 생업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지 검토하는 단계에 불과한 데도 주민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해안 언덕 중에서는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일대 해안 사구(砂丘) 98만2천9백53㎡(29만8천평)가 지난 2001년 처음으로 천연기념물(431호)로 지정됐다.

강릉=홍창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