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의 「백만원현상 생약장설계도공모」계기로|해묵은 「한약논쟁」 재연될 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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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약은 특수한 것으로 전문인인 한의·약계만이 취급해야한다』
『생약 (한약) 도 의약품이니 과학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약사도 취급해야한다』는 해묵은「한약논쟁」이 대한약사회의「1백만원현상 생약장 설계도 공모」를 계기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약취급을 두고 한방과 약사 사이에 논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74년말로 이미 5년을 끌어오고 있다.
그사이 청원·건의 등을 거쳐 약전해석의 차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맞서온 양측은 한발도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한방계통의 한약취급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공존하면서 연구 발전시키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전제하고 『한약의 성분과 약리작용을 파악해 좀더 학문적인 발전을 하겠다는데 무엇이 나쁜가』고 반문하고 있다.
또 약사들은 대학과정에서 본초학·약용식물학·생약학등 학문적인 지식을 쌓았으며 세계적인 추세도 동서의의·약이 명확한 구분없이 서로 융합되어 발전하는 현상임을 설명한다.
생약장 설계도 공모만 해도 대만·일본등이 이미 재래식 장에서 탈피해 유리병·도자기·「플래스틱」등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약효를 보존하고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약장의 과학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한의·약계는 나름대로의 반론을 펴고있다. 한방쪽은 『약사들이 약장의 현대화를 주장하는 것은 한약취급을 기정사실화 하기 위해 지역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것』이라면서『약재를 싸는 한지의 통풍성만을 보아도 선인들이 체험을 통한 과학적 방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약사법 2조5항에 한약의 전통성과 특수성을 인정한 만큼 한약은 양약과는 별도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약은 같은 약재라도 그법제방법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오랜 경험과 고전에 따른 학술적 방법을 외면하면 이미 한방원리에서 벗어나 한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방계는 『약사들이 약용식물에 대해 배웠다지만 그 많은 한방처방을 알 수는 없다』면서『끝까지 권리를 찾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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