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駐유엔대사 패전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바그다드 함락 직후 "게임이 끝났다"라는 말로 이라크 고위 관리로는 처음 패배를 시인한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가 눈물을 보였다. 11일 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와의 회견에서 이라크의 운명과 자신의 거취를 밝히면서다.

알두리 대사는 이날 회견에서 처음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미국과 대치하는 동안 줄곧 이라크를 지지해준 시리아에 거듭 감사한다"고 말하고 "러시아를 비롯해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에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바그다드 중앙정부가 무너진 뒤 이라크가 혼란에 빠졌다"라고 말하는 도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알두리 대사는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 "이라크는 나의 작은 조국이며 (북아프리카 서부의) 모리타니에서 (아라비아 반도 동쪽의) 오만에 이르기까지 전체 아랍세계가 나의 큰 조국"이라며 당분간 아랍국에 체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라크가 해방되고 상황이 안정되면 반드시 조국으로 돌아갈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의 아랍 외교관들은 알두리 대사가 조만간 프랑스와 시리아를 거쳐 바그다드로 돌아가 가족들과 재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