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l로 「창고극장」의 중앙문화대상 수상기념 『백색의 거짓말장이들』|이상일<연극평론가·성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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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자연인으로서 연극인이 그의 업적이나 공로로 상을 받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연극활동의 무대인 어떤 극장이 영예로운 수상 대상이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만큼 3·1로 창고극장(대표 이원경)의 중앙문화대상 수상의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창고극장은 그 상금의 일부로 극장시설을 보강하고 수상기념공연을 통해 관극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 근로계층의 젊은 관객 20명씩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11월의 자체「프로그램」을 작성했다.
그렇게 꾸민 공연이「스페인」의 극작가 「베니벤테」 의 『친구미망인의 남펀』 (오화섭역·김정택연출)이었고 『에쿠스』 로 알려진「셰퍼」 원작 『백색의 거짓말장이들』(신정옥역·이원경연출)등 2편이다.
문화대상수상이유가 관객석가운데 만들어진「아레나」무대를 활용한 연중무휴의 연극활동, PD「시스템」이라는 유능한 연출·연기·제작자의 합작활동, 그리고 창작활동「시리즈」의 공연에 있다면 당연히 수상기념공연도 그런 선에서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20일부터 30일까지 공연한 두번째 공연 『백색의 거짓말장이들』은 3·1로 창고극장의 상징적인 「메시지」 가 될 수도 있다.
작가 「셰퍼」 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저마다 「꿈의 포로」가 되어 자기가 꾸는 꿈으로 세상을 대하게 된다고 말한다. 사기꾼의 거짓말도 그가 그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는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남이 보면 보잘것 없어 보이는 것이 그에게는 보람된 것이 되고 남이 부러워하는 것이 결코 부러운 것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바로 우리들 인간이 저마다 보람으로 삼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점으로 해서 아무리 엄청난 거짓말도 거짓이 아닐수 있고 아무리 찬란한 영예도 뜬 구름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이 철학적 명제는 어쩌면 가벼운 호기심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는 난해하다는 뜻에서 충격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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