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진우의 저구마을 편지] 소중한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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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홉 살 아들은 끈으로 묶는 운동화를 지독히도 좋아합니다. 지난 추석 차례 지내러 통영 갔을 때 서울서 내려오신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사 주신 겁니다. 난생 처음 제가 고른 운동화이기도 하지요. 자꾸만 풀리는 끈을 묶을 줄 몰라 애를 먹으면서도 아들은 늘 그 운동화만 신고 다녔습니다.

이른 봄, 말린다고 마당에 내놓은 그 운동화에 아버지가 실수로 불똥을 튀기고 말았습니다. 운동화 코 부분이 그 운동화 상표처럼 초승달 모양으로 타들어 가 버렸지요. 아들은 울먹거렸습니다. 아버지는 미안했지만, 그렇게 비싼 운동화를 새로 사 줄 수 없었습니다. 대신 도시에 가게 되면 구멍 난 부분에 가죽을 덧대어 주겠다고 약속했지요.

다음날 아침부터 아들은 태연하게 그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다녔습니다. 며칠 그러다 말겠지 하였는데 한 달이 지났습니다. 불편하지 않느냐 물었더니, "다른 운동화도 흙 들어와요. 털어서 신으면 돼요."라고 대답합니다. 아들에게 그 운동화가 왜 그리 소중한지…. 오늘은 꼭 이유를 물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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