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안철수 "변화와 혁신 보여드릴 기회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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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1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안 대표는 "100일인데 10년 정도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며 "많은 국민이 정당정치 변화와 혁신을 기대했는데 지난 100일은 사실상 커다란 선거 2개를 치르느라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드릴 만한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지난 100일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2일 김한길 대표와 함께 민주당과의 합당을 전격 선언했다. 합당의 이유로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기초단체장·의원) 무공천 약속’을 내세웠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4월 10일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후보를 당이 공천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는 새 정치를 앞세운 안 대표에게 상처를 입혔다. 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 전략공천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윤 시장이 결국 당선된데다 야권 분열을 막아 여야가 무승부로 결말이 난 지방선거 성적표는 안 대표 체제가 올린 '작은 성공'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거치고 그 다음 본격적으로 많은 국민께서 기대하셨던 부분들에 대해 말이 아니고 실천에 옮기는 게 저나 당이 해야만 할 숙제”라고 다짐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그것은 제 고려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재·보선 전망에 대해선 “냉정하게 보면 우리가 있던 5곳만 현상유지를 해도 잘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은 엄살을 피워놓고 그보다 성적이 좋으면 스스로 면죄부를 주면서 국정 운영을 밀어붙인다”며 “반대로 야당은 굉장히 많이 이긴다고 기대치를 높인 다음 실제로 이겼는데도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스스로 벌을 준다. 굉장히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재·보선 성적이 안 좋을 경우 이를 빌미로 안철수·김한길 체제를 대체할 조기 전당대회를 밀어붙이려는 당내 일각의 기류에 대해 쐐기를 박고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취임 이후 나름의 성과로는 기초연금법 통과를 꼽았다. 안 대표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건 맞지 않지만 그것을 이루기 힘든 상황에서 먼저 반걸음 나가고 다음 반걸음으로 우리 목표를 달성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의원총회에서 굉장히 많은 분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 실제로 모든 분들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오히려 대다수가 찬성했다. (법안 통과 때) 참 많은 것들을 느꼈다”고 했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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