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화합」의 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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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규하 대통령권한대행은 24일에도 시국수습을 위한 각계 지도자와의 대화노력의 일환으로 종교계 지도급 인사들을 초청해 당면의 정치발전과제와 관련한 제반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대행은 헌정의 중단이 없는 질서정연한 정치발전을 거듭 강조하였고, 『안정과 국민적화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조건으로서 구속인사석방 조치를 준비중에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현 단계에서 정치발전을 안정기조 위에서 질서있게 추구해 나가야한다는데엔 이론이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그 안정을 다지기 위해선 지난날의 매듭들을 하나 하나 조용히 풀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할 것이다.
당국이 검토중이라는 빠른 시일안의 구속인사 석방조치는 이를테면 그런 경새타개의 한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이란 점에서 시국수습과 화기조성의 값진 계기가 될 것이다.
석방의 대상과 범위 및 석방의 형식 등 기술적인 문제들은 현재 관계부처에서 면밀히 검토되고 있으리라 짐작되지만 대체로 긴급조치 관련자들의 석방이 가능하리란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긴급조치는 현재 9호까지 발동되었는데 그중에 정치관계 구속자들에 해당된 것은 주로 1호, 4호 및 9호였다. 그 가운데 1호 관련자들은 75년의 2·15조치때 전부 형집행 정지로 석방되었고 4호 관련자들도 거의 다 형집행 정지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9호 관련자들은 그 후 무슨 계기가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형이 집행정지되거나 또 일부는 가석방이 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현재 긴급조치 관련자들의 법적 처지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법원에 계류중인채 미결로 수감돼 있는 사람들과 확정판결을 받아 복역중인 사람들, 그리고 출소하였으나 아직 형집행 정지중에 있는 사람들과 몇몇 가석방중에 있는 사람들로 대별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황은 이미 관계부처가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서 앞으로 있을 구제조치 역시 그러한 사실들을 다 감안하여 적절한 처리가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
법을 집행하고 형을 과한다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영원히 탈락자로 남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복귀하도록 도와준다는데에 근본이념이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행형이념 역시 이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수형자나 수감자를 일정기간후에 다시 온전한 사회인으로 재정착시킬 수 있었을 때 비로소 그 국가의 행형정책은 완결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 앞으로 있을 구속자 석방조치도 그들의 사회적 정상화란 본래의 취지에 마라 사려 깊게 이루어질 것임을 거듭 기대하려 한다.
곁들여 조만간 석방될 구속자들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당면한 정치발전의 순탄한 진척을 위해 최대한의 자중과 심착성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격정과 충동은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늦추기까지 하는 사례가 비일 비재함을 상기하여 차분한 자세와 슬기로 난국극복에 임해주기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조치가 최대행이 역설한 국민적 화합의 광장마련에 커다란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의 석방계획을 다시 한번 환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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