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3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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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영아와 사병이 서로 히히덕거리며 수작을 걸면서 술 안주를 마련하여 가지고 오자 무송이 큰 술잔에 술을 따라 사병에게도 건네었다. 사병이 황송한 얼굴로 술을 받아 마시고 다시 영아와 함께 부엌으로 내려갔다.

"형수님, 제가 따르는 술 한 잔 받으시지요."

무송이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금련에게 술을 한 잔 채워 권하였다. 금련은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끌어당겨 입으로 가져갔다. 무송이 무대의 잔에도 술을 부어주며 말했다.

"형님, 이번에 동경을 다녀오는 길이 짧으면 한 달, 길면 두세 달 걸릴 것 같습니다. 내가 여기 있을 때는 사람들이 형님을 업신여기지 않았는데, 내가 없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이 형님을 이전처럼 괴롭힐까 염려가 됩니다. 몸도 약하신 편이니 될 수 있는 대로 바깥 출입은 적게 하시고 집으로 빨리 들어와 계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무송이 흘끗 금련의 눈치를 살폈다. 금련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무대가 술잔을 기울이며 대꾸했다.

"호떡 장사를 해야 하는데 바깥 출입을 적게 하라니. 장사는 원래 투판쟁시(鬪販爭市)라 하여 같은 상인들끼리 열나게 경쟁을 해야 하는 법이거늘 집으로 일찍 들어와버리면 어떡하느냐? 다른 호떡 장수들에게 단골 다 빼앗기겠다."

"제 말대로 하는 것이 형님 장사에도 오히려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평소에 호떡 열 판을 팔았다면 이번에는 다섯 판만 들고 나가십시오. 그리고 다섯 판이 다 팔리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형님 호떡이 맛있어서 빨리 팔린 줄 알 거 아닙니까. 그러면 사람들이 형님 호떡을 기다리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사가기 전에 사려고 할 거란 말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사가면 다섯 판이 다 팔리는 시간은 점점 짧아질 게 뻔하지요. 제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만 그런 식으로 장사해 보십시오. 형님 호떡은 최상품으로 소문이 날 거고 사람들은 형님 호떡 먹은 것을 자랑거리로 여길 것입니다. 그쯤 되면 호떡 값을 배로 올려도 사람들이 사 먹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그 호떡이 그 호떡이겠지요."

금련이 코웃음을 살짝 치며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맛있다 소문이 나면 똑같은 호떡이라도 맛있게 여기는 법입니다. 형님도 호떡 열 판 만드는 정성을 다섯 판에 쏟으면 실제로도 더 맛있는 호떡을 만들 거 아닙니까. 하여튼 형님은 빨리 집으로 돌아오셔서 현관문도 일찍 잠그시고 발도 빨리 내리시고 편히 쉬도록 하세요. 사람들과 다투지 않으려면 그게 상책입니다. 그래도 형님을 업신여기며 시비를 거는 자가 있으면 나중에 내가 돌아왔을 때 말하십시오. 내가 혼을 내드리겠습니다. 형님, 제 말대로 하시겠다면 이 술을 받으시지요."

무송이 무대의 술잔에 술을 다시 따르자 무대가 금련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나서 슬그머니 술잔을 집었다. 금련이 무대와 무송을 차례로 흘겨보면서 말했다.

"형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할까 싶어 형님보고 집으로 빨리 들어와 있으라고요? 도련님이 왜 형님한테 그런 소리 하는지 내 다 알아요."

"동생이 나를 염려하여 하는 말인데 그 무슨 소리요?"

"도련님은 나를 오쟁이질이나 하는 여자로 여기고 형님더러 나를 잘 단속하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뭐, 일찍 현관문을 잠그고 발을 내리라고요? 나를 아예 감옥에 가두지 그래요?"

금련은 점점 언성을 높이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형수님, 그건 오해입니다. 내가 포도대장으로 있으면서 잡아들인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나에게 원한을 품은 자들이 형님에게 해코지를 할지도 몰라서 그럽니다. 전에도 사람들이 형님을 '삼촌정 곡수피'라고 놀렸다면서요. 형수님도 형님을 잘 돌봐주세요."

"이 형수 걱정은 안 해주고 형님 걱정은 태산이군요. 하긴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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