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 '너구리굴'이 아니라 '중금속 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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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DB

카드뮴, 납, 크롬과 같은 공기 중 중금속 농도가 실내에서 피운 담배 개피 수에 비례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기가 제대로 안 된 흡연실은 ‘중금속 실’이 돼 건강을 더욱 해칠 수 있다는 얘기로 보다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11일 발표한 ‘실내 흡연과 미세입자 거동 특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니코틴이나 미세먼지(PM2.5, PM1.0) 등 실내 공기 질은 피운 담배 개피 수에 비례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24m3(약 7평)의 문이 닫힌 방에서 담배 개수를 달리하며 공기 질을 측정한 결과, 니코틴은 담배 2개피를 피웠을 때의 농도(13.7 ug/m3)보다 10개피를 피웠을 때 농도(194.5 ug/m3)가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미세먼지 농도 역시 담배 2개피를 피웠을 때 약 1,300 ug/m3이였던 것이 담배 10개피를 피웠을 경우에는 약 9,900 ug/m3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 담배 개피 수에 따른 미세먼지 농도 변화 (환경부 제공)

크롬, 비소, 납, 카드뮴 등 미세먼지(PM2.5) 중 중금속 농도를 비교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담배를 2개피 피운 것 보다 10개피 폈을 때 비소는 0.004에서 0.008로 2배 증가했고, 크롬은 0.018에서 0.168로 9배 늘었다. 납은 0.042에서 0.185로 4배가량 늘었으며 카드뮴은 0.003에서 0.051로 무려 17배가 증가했다(이상 단위는 ug/m3).

추가로 흡연 오염물질이 실내공기 중에 머무는 시간을 조사했더니 담배 2개피를 흡연한 경우 20시간이 지나야 담배 연기로 인한 미세먼지가 모두 가라앉았다. 10개피를 피운 경우에는 약 40시간 가량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가 밀폐된 방 안에서 진행된 점을 들어, 각 시설에 들어선 흡연실이나 흡연부스에 대한 환기 장치의 관리 감독에 보다 철저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편, 정부는 담배와 관련된 혐오 광고를 송출한데 이어 담뱃값 인상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담배 가격은 지난 2004년 가격이 500원 인상된 후 10년 간 2500원을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담뱃값 인상에 관한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3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법안도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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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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