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물 표지에 다른 작가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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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의 한 대표적 작가의 사진이 엉뚱하게 다른 작가의 사진인 것처럼 소개돼 말썽이 되고 있다.
최근에 나온 『가출녀』(「로버트·크리크톤」저·금성열역)라는 책이 바로 문제의 책.
이 책 뒤표지에 저자「크리크톤」의 사진인 것처럼 자연스레 찍힌 인물은 「크리크톤」이 아니라 최근 『실머릴리언』이라는 책으로 미국에서 계속 화제가 되고 있는 영국작가 「톨킨」의 사진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잭」이 잘못된 사진을 쓰고 있음을 알아낸 것은 「톨킨」의 출세작 『호비트』를 번역·출판한 열음사(대표 박한식)다. 김종철씨의 번역으로 지난 4월 선을 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있는 『호비트』에도 뒤표지날개에 「톨킨」의 사진을 쓰고있는데 똑같은 사진이 이번에 『가출녀』에 커다랗게 실려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호비트』를 낸 열음사 측은, 자신의 책에 낸 사진은 원서에 실린 그대로여서 이는 『가출녀』를 낸 홍진출판사(대표 김수흥)의 착오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인간의 상상력을 길러주는 특이한 소재의 장편동화 『호비트』의 저자 「톨킨」사진을 엉뚱하게 「도둑질」당한데 대해 열음사 측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분개한 표정이다.
열음사는 이에 대해 수차 경위를 알아보고자 했음에도 홍진출판사는 『유감스럽다』고 발뺌만 할 뿐 적절한 대책이 없다는 것. 또 사진의 상태가 좋으니까 독자가 작가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써버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열음사 측은 머리를 젓고있다.
그러나 홍진출판사도 「피해자」의 입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번역자 김씨가 저자의 사진이라고 갖다준 것을 그대로 썼을 뿐 『그게 누구의 사진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문제는 번역자의 횡포를 드러낸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는 관계자들의 풀이다. 외국인기물을 신속히 베껴 손쉽게 「베스트셀러」를 내려는 출판사들의 약점을 이용, 「전문번역가」의 이름으론 아무렇게나 할 수 있다는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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