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병장, 조준사격 일부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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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중앙수사단이 8일 동부전선 GOP에서 총기 난사 사건 현장검증을 벌였다. 사진은 임 병장이 수류탄을 투척했던 간이 통제소. [국회사진기자단]

K-2 소총을 옆구리에 낀 임모 병장은 숨죽인 채 자신의 범행을 재연했다. 수갑에 세 겹 포승줄까지 채워진 모습은 그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했다. 8일 오후 동부전선 최전방 22사단 55연대 GOP 앞. 지난달 21일 총기 난사로 동료 5명을 숨지게 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임 병장이 18일 만에 나타났다. 현장검증은 그가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진 GOP 앞 삼거리 교통통제소에서 시작됐다. 임 병장은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였다. 자해 시도로 총상을 입은 탓인지 절름거렸다.

 “근처에도 사격을 했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한 임 병장은 감정이 북받치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요청으로 사진 촬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셔터 소리와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관 현관과 복도벽 곳곳에 혈흔이 튀어 있었다. 검증을 주관한 육군 중앙수사대가 복도에 있던 가리개를 벗기자 말라 엉겨붙은 피범벅이 드러났다. 임 병장은 “제가 계단 위에서 총을 쏜 건 맞지만 누군가 쓰러지는 건 못 봤다”고 주장했다.

 조준사격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수사 간부가 “(CCTV 화면의) 조준사격하는 모습이 본인이 맞느냐”고 묻자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생활관 안 희생자에 대해서는 “(총을 쏠 당시) 등을 돌리고 있어 누군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왜 총을 쐈느냐”는 질문에는 “분노에 휩싸여 있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날 검증에는 임 병장 측 변호인 3명과 수사관·부대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동부전선 22사단 GOP=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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