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동방특급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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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특급열차/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지음/성종환 옮김, 중심, 1만원

이 책은 '김정일과 함께 한 24일간의 러시아여행'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곁에서 본 김정일 묘사와 함께, 그와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특히 성격, 사생활,정세인식 등이 주목할 만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한 풀리코프스키 러시아연방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사는 아버지가 6.25전쟁 때 조종사로 참전한 인연이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다.

그는 2001년 7월 26일부터 24일간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동행한 인연으로 매일 3~4시간씩 대화를 나눴고 지난해 2월에는 김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김위원장을 항상 대화를 주도하고 직설적이며 유머감각이 있는 지도자로 묘사했다. 국제정세에 해박하고, 여기자와 '러브샷'을 하는 파격도 담았다.

그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철도여행을 통해 10년간의 개혁이 가져온 러시아의 현재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개혁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김위원장이 과거와는 다른 개혁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국가의 경제개혁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다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이미 군사화돼 버린 사회를 단숨에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점 또한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회주의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고, "미국이 강경노선을 취한다면 우리는 더욱 강하게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저자는 전했다. 최근 조성된 '북핵위기' 상황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고민과 정책방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이 책이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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