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부산으로 피서 갔다가 돈이 떨어진 청소년들이 부산역 지하도를 아예 잠자리로 점거해버렸다.
배낭에다 통「기타」를 든 모습이 흡사 「집시」를 연상케 하는 이들은 대부분 4∼5명씩 무리를 지은 10대 남녀들로 밤마다 3백∼4백명씩 몰려와 잠을 자고는 통금이 해제되면 뿔뿔이 흩어진다.
방공 대피 정원 3백20명에 40평 남짓한 이 지하도는 바람도 잘 통해 신문지 한장이면 여름잠자리로는 안성마춤.
청소년들은 도난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불침번까지 두기도 한다.
이렇게 되자 부산역 당국은 아예 이곳을 무료 숙박 시설로 개장, 밤 11시40분쯤이면 『통금이 가까왔으니 빨리 들어가라』고 「스피커」를 통해 방송까지 하고 있다.
역광장의 화단과 분수대 주위에 진을 치고 기다리던 이들 유랑 피서객들은 「스피커」 소리에 맞춰 일시에 지하도로 잠적해 진풍경을 이룬다.
최모군 (18·고교 2년)은 여비 8천원을 갖고 친구 3명과 함께 피서 왔다가 차비가 떨어져 공사장에서 여비를 마련중이라며 지하도에서 자는 것이 『돈 안들고 여자 친구와 사귈 수도 있어 재미 있다』고 즐거워한다.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