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 강남 보금자리가 경매장에?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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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반값 아파트’로 불리면 인기 몰이를 톡톡히 했던 강남 보금자리주택(세곡지구)이 웬일인지 경매에 나오고 있다. 5월 LH푸르지오 85㎡(이하 전용면적)형이 처음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달 들어 같은 단지 85㎡형과 75㎡형이 경매에 나왔다.

2012년 9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912가구 대단지다. 방 3개·욕실 2개로, 요즘 주택 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크기와 구조다.

그런데 왜 경매로 내몰렸을까. 보금자리주택은 서민을 위한 아파트다. 집값·전셋값이 올라도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공급했다. 집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 못하도록 묶어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고 집을 지었다. 땅값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서민을 위한 아파트가 경매장에 나타난 것은 일반 아파트와는 의미가 다르다. 보금자리주택은 분양 초기부터 말이 많았다. 무늬는 서민 아파트인데 가격이 비싸서 정작 서민은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뒤늦게 소득 제한 등 청약 자격을 강화했지만 돈 있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방법으로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를 한다는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이제 보금자리주택이 하나, 둘 경매장에 나타나고 있으니 우려대로 서민이 살기에는 비싼 아파트가 아니었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몇 몇 경매 전문가는 다른 의견도 내놓는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보금자리주택 투기에 나섰던 이들이 자금회수를 위해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럴싸하다. 가장 먼저 경매에 나왔던 85㎡형(8층)은 분양가가 3억3000만원선이었다. 감정가(5억9500만원)의 94%인 5억63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가 분양가보다 2억3300만원 비싸다.

이달 1일에 새 주인을 찾은 85㎡형(5층) 낙찰가는 감정가(6억원)보다 조금 비싼 6억200만원이다. 역시 차액이 2억원이 넘는다.

어찌됐든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강남 보금자리주택을 경매로 낙찰할 수 있다. 분양을 받았다면 전매제한 8년, 의무거주 5년을 채워야 하지만 경매로 낙찰하면 규제도 피할 수 있다. 꼭 내가 살지 않아도 되고 바로 팔 수도 있다.

이달 8일에 75㎡형(5층)이 새 주인을 찾는다. 감정가는 5억3000만원이다. 입주 2년에 접어드는 만큼 주거여건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감정가 수준에 낙찰해도 주변 아파트보다는 싸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와 비교하면 3.3㎡당 100만원은 싸다. 물론 주변 도심 아파트와는 3.3㎡당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실수요라면 한 번쯤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하지만 이미 가격이 어느 정도 올랐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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