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청년작가회(회장 김광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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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인이 아니면서 동인인 「그룹」-. 한국미술청년작가회를 이렇게 부를수 있는 것은 이「그룹」이 어떤 일정한 이념이나 학연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문호가 개방돼있기 때문이다. 「엘리트」의식에서 벗어나 개방된 광장안에서 착실하게 작품세계를 모색해가자며 이「그룹」이 창립된 것이 74년. 창립당시 20여명의 현대미술작가 (회화·조각)들이 모여 출범했으나 현재의 인원은 82명으로 늘어났다.
현대미술가들의 모임으로는 유일하게 자체회관을 운영하게 된것도 그간의 발전이었다.
『많은 회원들이 각자 작품세계를 달리하며 하나로 모아질수 있을까 우려했어요. 이「그룹」이 이렇게 성장해온 것은 결국 젊은이들이 느끼고있던 문제의식이 공통돼 있기 때문에며, 이 개방된 광장에서 그들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대회장이며 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정관모씨(조각가·성신여사대교수)는 말한다. 소위「팔리지않는 그림」을 그리며 발표의 장 마저 제대로 갖지 못한 젊은 작가들이, 더우기 획일된 이념에는 묶이고 싶지않던 젊은이들이 이 청년작가회로 모인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홍익대·이화여대·성신여사대·동덕여대·원광대등 각 대학에서 모인 회원들은 이 청년작가회를『작품수련을 위한 연마장』이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비록 현재의 작품이 만족할만하지 않더라도 꾸준한 연마와 대화를 통해 완숙단계로 들어설 것이라는 것을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창립당시의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들도 이제는 중견작가로 발돋움 하고 있으며 김광우·노재승·백철수·박기옥씨 등은 이곳에서 그들의 작품을 연마해왔다.
이 청년작가회의 활동은 전람회·「세미나」개최·회지(청년미술) 발간으로 대별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정기적인 단체회원전은 이미 10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회원개인전은 이 회가 운영하는 청년미술회관(서울동숭동)에서 연중무휴로 열린다. 중앙집중의 현대미술을 지방으로 확산하기 위해 부산·광주·춘천·대전등지에서 전시회를 가졌으며 그곳 작가들도 초청해 전시회를 열어왔다.
예술의 발상내지 체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안면도·꽃지해변·경기도광릉 숲에서 환경예술·대지예술전(「해프닝」「이벤트」등)을 가졌으며 미국·「프랑스」에서의 발표전 역시 작가들의 눈을 보다 넓은 곳으로 돌려 보자는데 목적이 있었다.
특히 올봄에 열렸던「파리」전에는 70여명의 작품이 출품돼 우리나라의 해외전으로는 최대규모를 자랑했다. 규모로서뿐 아니라 어떤 기준에서 선정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미술흐름을 선보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 모임이 개최해온 각종 「세미나」나 회지의 발간(4호편집중·발행부수 1천2백∼1천5백)은 바로 청년작가회가 『학구적인 모임』임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단체의 이념으로 묶는 것은 예술행위에 있어서는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며 최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금년4월, 2대회장으로 선임된 김광우씨는 다시 한번 이렇게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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