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분위기 안 좋은 영종도 카지노, 사탕발림 호객 행위 조심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부동산 투자에도 인내가 필요하다. 거래가 활발한 상품이라면 별 상관이 없지만 매기(賣氣)가 약한 부동산은 투자금 회수기간이 길어진다. 요즘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차라리 장기투자가 더 유리할 지 모른다.

 문제는 돈이 될만한 장기투자 대상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랜 투자기간 동안 무슨 일 벌어질지 종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970~1980년 대와 같은 고도 성장기에는 부동산에 돈을 묻어두면 대부분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개발계획 등을 믿고 덤볐다가 낭패보는 일이 수없이 벌어진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아서다. LH 등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택지개발사업까지 백지화되는 판에 민간 개발계획이야 오죽 하겠는가. 요즘 영종도 부동산 투자자들은 또 다시 잠못이루는 신세가 됐다. 희망을 걸었던 미단시티내 카지노 리조트 개발사업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서다.

 지난 3월 정부로부터 카지노 개발 승인까지 받았던 리포&시저스(LOCZ코리아)는 땅 계약금 102억원을 미단시티개발사측에 납부하지 못했다. 시행사측은 부지 계약날자를 연말까지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주변의 시각은 곱지 않다. 그동안 여러 업체들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분위기만 부풀려 놓고 손떼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눈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종도 부동산에 돈을 묻어두었다. 1980년대 말 공항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나돌 무렵 땅을 사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공항 완공 이후 크고 작은 개발계획을 보고 들어간 수요도 적지 않다. 초기 3.3㎡당 몇천원에서 몇 만원하던 땅값이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수십배에서 1백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뒤늦게 개발계획을 보고 투자한 경우 땅값이 절반 가량 떨어져 신세가 말이 아니다.

 영종브로드웨이·밀라노 디자인시티·용유 무의 관광단지·미단시티 개발 등과 같은 매머드 개발 프로젝트는 영종도 부동산값을 들었나 놓았다 했다. 이들 장밋빛 청사진이 줄줄이 무산되면서 땅값이 추락해버린 것이다. 시름에 젖은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은 바로 카지노리조트복합단지 사업. 정부가 카지노 승인까지 내줬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될 것으로 확신했던 이 사업 마저도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어쩌겠나. 더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영종도는 기회의 땅임에는 틀림없어 언젠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도 영종도에는 투자 호객행위가 여전하다. 미단시티내 이주자 택지가 투자상품으로 소개되는가 하면 객실 분양 형태의 호텔 상품도 투자자들을 찾고 있다. 카지노 리조트 개발 호재를 들면서 말이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